두 달 만에 깨진 시리아 평화…반군 화학무기 공격 다음날 러시아군 공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6일 18시 29분


“반군이 민간인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 주장
반군 “정부군과 러시아가 벌이는 연극” 반발


어렵게 찾아온 시리아 내 평화가 불과 두 달여 만에 다시 무너졌다.

25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은 시리아 북서부 반군 장악지역인 이들리브주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전날 시리아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북부 알레포주에서 반군 소행으로 의심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일어난 것에 대한 보복성 공격이다. 러시아군의 시리아 반군 공습은 9월 17일 러시아와 터키가 이들리브 지역을 비무장지대로 만들기로 합의한 뒤 처음이다.

평화의 균형은 24일 밤 알레포에서 염소가스로 의심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지며 깨졌다. 이날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 등에 의하면 알레포 민간인 주거지역에서 염소가스를 충전한 포탄이 떨어져 약 110여 명이 치료를 받았다. 아직까지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이 호흡 곤란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도 94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약 30여 명이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알레포는 시리아 정부군 점령지역이다. 이날 공격은 정부군이 알레포를 반란군으로부터 빼앗은 지 2년여 만에 가장 많은 부상자를 낸 공격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알레포의 한 의사는 “어떤 독성 물질인지 현재로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환자들 대부분 염소가스 중독에 의한 증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포탄이 떨어진 직후 지역 주민들이 곧바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고, 도시에 강한 악취가 진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레포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은 처음이다.

러시아 국방부 이고리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25일 “염소가스를 넣은 포탄을 사용한 반군과 그들의 위치, 화학무기 사용능력을 보여주는 증거 등을 확보한 뒤 이들리브와 알레포 경계 일대의 반군 거점을 공습했다”며 “이 화학물질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준비하는 정황도 탐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습을 통해 목표로 한 반군 조직원을 모두 제거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공습을 벌인 이들리브는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거점으로 여성과 어린이 등을 포함해 많은 난민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9월 17일 러시아 소치에서 4시간가량의 정상회담 후 이들리브 지역에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을 분리시키기 위한 비무장지대를 만드는데 합의했다. 당시 이들은 “앞으로 이들리브 지역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동맹국인 러시아, 이란 등에 의한 군사작전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25일 공습을 재개함에 따라 이 같은 약속은 깨지게 됐다. 다만 러시아 측은 공습 전 터키 정부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터키 측에 러시아군의 공습에 대해 미리 경고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군의 주장과 달리 아직까지 알레포 화학무기 공격을 주장하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리아 내 반군들은 “화학무기를 소유하지도 않았고, 무기를 생산할 능력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군을 공격하기 위한 구실을 시리아 정부군 및 러시아 등이 스스로 마련하는 연극이라는 주장이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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