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쟁서 금지된’ 최루가스 아이들에 살포했다

WP 최루가스 잔혹성 고발…미 군인도 못 버텨
CSIS 전문가 “최루가스 유아에 사용한 전례 없어”

미국 국경수비대가 살포한 최루가스를 피해 도망가는 아이들. 기저귀를 차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 News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경 진입을 시도하던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을 저지하기 위해 최루가스를 발사한 것과 관련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최루가스 살포 현장에는 맨발에 기저귀를 찬 아이와 임신부, 노인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중미 이민자에 살포된 최루가스는 왜 전쟁에서 금지됐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루가스의 잔혹성을 고발했다.

최루가스는 흔히 신병 화생방 훈련에 사용된다. 최루가스를 맞으면 눈에서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목구멍이 조여오고 숨을 쉴 수 없다고 WP는 전했다. 전쟁을 위해 훈련하는 군인들은 재갈을 물고 훈련에 참여하는데 일부 훈련병들은 구토를 하기도 한다.

이 같은 폭력성에도 미 경찰과 연방 정부는 폭력 시위 진압에 한해 최루가스의 주성분 2-클로로벤질라덴마로노나이트릴(2-chlorobenzalmalononitrile)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루가스의 무차별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 비정부기구인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의 캘시 대번포트 핵확산 방지 부문 책임자는 “일단 발포되거나 특정 지역에 투척된 화학무기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목표 대상이 아닌 사람들 민간인부터 부상병에게까지 피해를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뒤틀린 시체들, 물집이 잡힌 피부와 폐에 상처를 입은 군인들의 끔찍한 상처에 충격을 받은 후 화학무기 금지 조치가 취해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993년 전 세계 193개국은 화학무기금지협약을 체결하고 전쟁에서의 화학무기 사용과 무기 생산 및 무기 비축을 전면 금지했다.

특히 미국이 지난 21일 개최된 화학무기금지협약 특별회의에서 이란의 조약 위반을 비난한 상황에서 민간인에 최루가스를 사용한 건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소셜미디어(SNS) 상에선 기저귀를 찬 채 맨발로 최루가스를 피해 도망가는 아이의 모습이 공개돼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최루가스에 노출된 유아는 심한 폐렴을 앓을 수 있고 한 달간 입원해야 한다.

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즈먼 생화학 무기 전문가는 “최루탄이 유아의 몸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유아에게 최루탄을 사용된 기록이 없다. 우리가 선례를 세운 듯 하다”고 정부를 꼬집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