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계 최초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 ‘논란’…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16시 04분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의 출생에 성공했다는 한 과학자의 주장으로 중국이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당국은 사실관계 조사를 지시했다. 이 과학자와 관련된 병원과 대학은 모두 실험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중국인 과학자 허젠쿠이(賀建奎)는 26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대해 면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편집했다”며 “불임 치료를 받은 부부 7쌍의 배아에 대해 유전자 편집을 진행했고 이중 한 쌍이 여자 쌍둥이를 출산했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편집은 비정상 유전자를 잘라 내거나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이지만 배아 유전자를 편집할 경우 다음 세대에 변형된 유전자가 유전될 수 있어 세계적으로 금지돼왔다.

중국인 과학자 122명은 이날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에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유전자 편집은 (기술적으로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윤리 문제에서 큰 위험이 존재한다”며 “엄격한 윤리와 안정성 검사를 거치지 않은 채 (다음 세대로) 유전될 수 있는 태아의 유전자를 편집한 시도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만회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에 상자를 닫을 기회가 아직 있다. 국가는 엄격하게 감독 관리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광둥(廣東)성 위생건강위원회에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 선전시 위생위원회의 윤리전문가 위원회는 “이 실험이 연구를 위한 정식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돌고 있는 연구 신청서에 따르면 허젠쿠이는 광둥성 선전(深¤)시의 허메이(和美)여성·아동병원 학술윤리위원회에 연구 허가를 신청해 지난해 3월 7일 위원회 관계자 7명의 서명으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난팡(南方)일보에 따르면 이 위원회 멤버였던 전(前) 병원 관계자는 “당시 이 실험을 허가했는지 알지 못한다. 서명한 관계자들에게 물어봐도 ‘필적은 비슷하지만 언제 서명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 책임자는 “유전자 편집을 했다는 아이가 우리 병원에서 출생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런 실험을 하지도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허젠쿠이가 재직 중인 난팡(南方)과학기술대학 학술위원회도 “연구가 심각하게 학술윤리 규범을 어겼다”며 “허젠쿠이는 올해 2월부터 무급 휴직 중이며 연구는 대학 바깥에서 진행된 것으로 실험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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