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보당국, ‘北 스파이’ 혐의로 상원 소속 공무원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22시 53분


파리정치대학, 국립행정학교 나온 엘리트 출신
북한 위해 의원들에 로비, 상원 정보 평양에 전송한 혐의

프랑스 상원 소속 공무원이 북한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프랑스 정보당국에 체포됐다. AFP, 르 파리지엥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 건축·문화유산·조경분과 부과장인 브누아 케네데가 25일(현지 시간) 파리의 자택에서 프랑스 정보기관 국내안보국(DGSI)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 요원들은 그의 자택과 상원에 있는 그의 사무실, 디종에 있는 부모 집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는 정보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그가 국가의 근본적인 이익을 저해할 만한 정보를 수집해 외국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라디오 방송 프랑스앵포는 “그는 평양 스파이로 의심받고 있다”며 “북한을 위해 선출직 의원에게 로비 작업을 해 왔고 상원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평양에 전송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보기관은 1년 전부터 그를 감시해왔으며 올 3월부터 구체적인 혐의를 포착해 내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DGSI 본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케네데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졸업한 명문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과 국립행정학교(ENA)를 나온 엘리트 출신이다. 외교 소식통에 의하면 그는 공산당 지지자 집안에서 자라 자발적으로 북한 체제에 끌린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에서도 자신을 급진좌파당 간부 출신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또 1990년대 프랑스와 북한 간의 밀접한 교류를 강조해 온 ‘프랑스-코리아친선협회(AAFC)’에 가입한 뒤 회장을 맡아 활동해왔다. 1960년대 공산당 계열의 프랑스인들이 모여 만든 이 단체는 초기엔 ‘프랑스-북한친선협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명칭을 바꿨지만 이후로도 한국보다는 북한과의 친선을 강조해 왔다.

그는 2005년 처음 북한을 방문한 이후 7차례나 북한을 오가며 북한 관료, 학자와 교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관련 책을 여러 차례 출판했고 올해 들어 ‘국제관계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프랑스 방송 매체에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프랑스 내 한국 좌파 시민단체와 유대를 쌓으며 일본군 위안부, 세월호 집회 등에도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엔 유튜브에 “북한은 누구나 무상으로 교육받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동영상을 올렸고 한 인터뷰에서는 “북한은 실업이 없는 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27일 AAFC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주소인 파리 16구로 찾아가 보니 별도 사무실은 없고 ‘시민단체의 집’ 건물이 나왔다. 파리시가 영리활동을 하지 않는 시민단체에 한해 무료로 우편물을 받아주고 회의실을 제공하는 곳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케네데는 매주 목요일마다 오후 6시에 이 곳을 방문해 단체 활동을 해 왔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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