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에 동행하며 북-미 비핵화 협상을 실무 총괄했던 앤드루 김(한국 이름 김성현·사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다음 달 20일 CIA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공직을 떠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의 정통한 핵심 소식통은 27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런 사실을 밝히고 “김 센터장은 CIA를 나와 내년 초부터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김 센터장은 원래 9월에 스탠퍼드대로 자리를 옮기려 했으나 폼페이오 장관의 강력한 만류로 북-미 고위급 회담 물밑 조정 등을 위해 12월까지 일단 남기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핵심 역할을 해온 김 센터장의 사임을 놓고 워싱턴 정가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임명돼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게 되자 김 센터장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북-미 협상의 장기화에 대비한 ‘숨고르기용’ 또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성격의 이동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많다. 즉, 김 센터장이 CIA에서 민간 영역으로 잠시 옮겼다가 결정적 순간에 북-미 협상의 핵심으로 재기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의 스탠퍼드대 방문연구원 ‘재충전’ 기간이 3, 4개월에 불과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예정된 컴백설’에 무게가 더욱 실리는 모양새다.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소장인 신기욱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연구소 내 한반도 전문가들과 함께 미국 대북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김 센터장은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하고, CIA 한국지부장 등을 거쳐 2013년 CIA에서 물러났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북핵 문제에 대처하려고 CIA 코리아미션센터를 개설하자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할 때 배석하고, 종종 통역까지 담당해 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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