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 실업률 끝모르고 상승
공장 폐쇄, 정리해고 선택하는 기업도 증가
이란 정부는 민심 잡기에 안간힘
이란 경제 상황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 5일 시작된 미국의 대(對)이란 2단계 경제·금융 제재 이후 물가는 치솟고, 거리엔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방 도시에서는 임금 인상이나 밀린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파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을 찾고 있지만 이렇다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흔들리는 이란의 경제 상황은 소비자 물가,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이란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의 2단계 제재 복원 전후(10월 23일~11월 22일)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4.9% 증가했다. 특히 과일(77.6%), 생선(63.3%), 육류(51.7%)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식료품 가격 상승폭이 컸다.
돈 벌기는 더 어려워졌다. 최근 이란 전역에서 수십 명의 기업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로이터통신은 “이미 수백 곳의 기업이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했고, 수천 명이 직장을 잃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5월), 1단계 경제 제재(8월)가 잇달아 진행되면서 이란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경영 상황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란 음료회사 탐노쉬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최근 이곳은 16년 만에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수십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미국 제재로 수입 원료가격이 상승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파자드 라시디는 “직원 45명이 모두 직장을 잃어 남성들은 택시 운전을 하고, 여성들은 주부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기름값이 비교적 싼 이란에서는 직업이 없는 남성들이 자가용으로 불법 택시영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란의 섬유산업 회사 한 관계자도 로이터통신과 익명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미 8월에 직원 200명을 정리해고 했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며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데 폐쇄할 경우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현재 약 300만~350만 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현재 약 13% 안팎인 이란 실업률이 올해 말 14.3%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란은 전체 인구 약 81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30세 이하다. 이 때문에 실업률은 이란 사회 분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상황이 더 나쁜 일부 지역의 경우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층의 실업률이 50%를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개월 동안 이란 지방 도시에서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파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의 설탕공장 직원들은 미지급 임금을 달라며 수 주 동안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경제 붕괴 신호’에 대해 “이란 경제상황을 나쁘게 예견하거나 경고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이란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달 14일 이란 사법부는 경제 부패사범이 교수형을 당하기 직전의 모습과 인터뷰 등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이를 두고 요동치는 사회에 더 이상의 큰 동요를 막기 위해 공포감을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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