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달러씩 봉투에 담아 학생·교사·교직원 1085명에게 나눠줘
“내 고등학교 시절 매우 즐거웠어”
“이 학생들 얼굴에도 웃음꽃 피었으면 해” 이유 밝혀
2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치코의 파라다이스 고등학교. 학생들이 무언가를 받기 위해 복도에 길게 늘어섰다. 한 노인이 학생들에게 나눠준 것은 다름 아닌 1000달러가 든 돈 봉투였다.
미국의 한 사업가가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악의 산불인 ‘캠프 파이어’ 피해지역 고등학교에 110만 달러(약 12억 4000만 원)를 기부했다. AP통신과 ABC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부동산 개발업과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업가 밥 윌슨 씨(90)는 27일 치코의 파라다이스 고등학교를 찾아 기부금을 전달했다.
윌슨 씨는 돈을 은행에서 부치는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이 돈을 모두 1000달러짜리 수표로 찾아 여행가방 두 개에 나눠 담았다. 수표로 가득 찬 가방을 들고 학교를 찾은 그는 학생과 교사, 교직원 1085명에게 1000달러짜리 수표를 직접 한 장씩 나눠줬다. 학생들은 그와 악수를 나누고 포옹을 하며 고마움을 전했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ABC는 “대부분의 학생이 수표를 부모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윌슨 씨는 이 고등학교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그는 자신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좋은 추억 때문에 이 같은 기부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윌슨 씨는 “나는 고등학교에서 매우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저 그들(이 고등학교의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만들 수 있다면, 아주 작은 자유를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 기부가) 어쩌면 갑자기 그들에게 일어난 힘든 현실을 잠시 잊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가 위치한 치코는 ‘캠프 파이어’로 인한 피해가 집중된 지역 중 하나다. 학교 건물은 불타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90%는 화염에 집을 잃었다. 이 학교 로렌 라이트홀 교장은 이 화재로 “약 900명의 학생들이 집을 잃었다”며 윌슨 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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