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양김’ 북미-한미 오가며 활약… 한국 입장 美에 전달 메신저 역할도
서훈-정의용, 앤드루 김 통해 美설득… 정부 주변 “한국계 고리 잃어 아쉬워”
북미 고위급회담 또 연기되면서 비건-최선희 12월 협상 사실상 무산
“성 김도 가고, 앤드루 김도 가고….”
올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북-미, 한미를 오가며 전방위로 활약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KMC)장의 퇴임이 공식화됐다. 앞서 미국의 북핵 실무협상 대표단을 이끌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도 실무협상 대표 자리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물려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핵심 라인에 있던 50대 후반의 한국계 ‘양 김’이 모두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 “백악관과의 은밀한 핫라인 중 하나 끊긴 셈”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은 27일(현지 시간) 직접 김 센터장의 퇴임 사실을 밝혔다. 해스펠 국장은 성명에서 “지난 28년간의 복무와 한 번의 은퇴 시도 뒤, 그가 CIA에서 펼친 놀랍고도 잘 알려진 최고의 경력을 마무리하려는 때에 즈음해 김 센터장의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다음 달 20일 CIA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내년 초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비건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으면서 김 센터장의 퇴임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한국계 인사들은 아무래도 북측 의견을 적절히 수용하고 협상을 지속하는 쪽으로 의견을 냈을 텐데, 이런 의견이 미국의 북핵 강경 라인과 충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퇴임으로 ‘양 김’이 북핵 라인에서 빠지는 게 현실화하자 정부 주변에선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만큼 어떻게든 북-미 간에 다시 물꼬를 뚫어야 할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양 김’은 그동안 한국 정관계 인사들과 한국어로 소통하며 우리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도 해왔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진 의원들과 접촉하며 백악관의 분위기를 직간접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모두 서울고 동문인 그 사람(김 센터장)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고 막힌 것을 풀었는데, 이젠 그런 핫라인 중 하나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 협상 추진파의 입김이 이전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의용 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의 케미스트리가 이전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 때만 못하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만큼 최근 들어서는 김 센터장의 ‘정보 라인’에 기대는 비중이 더 높아졌었다.
양 김이 당분간 북핵 무대에 복귀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김 센터장은 한 번 CIA를 은퇴한 후 복귀한 전력이 있어서 사실상 공직 은퇴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성 김 대사도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나는 필리핀에서의 일이 좋다. 이게 공관장으로서 내 본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중간선거 이후 백악관 및 내각 인사들을 일신하고 있는 만큼 ‘북핵 올드 보이’를 내년에 다시 사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워싱턴 조야의 관측이다.
○ 고위급 이어 실무회담도 ‘도미노 연기’
이달 말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내달 워싱턴에서 하려던 북-미 실무회담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8일 보도했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는 RFA에 “당초 다음 달 둘째 주 미 워싱턴에서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회담이 예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건 대표는 12월 둘째 주까지 일정을 비워놓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위급 회담이 불발되면서 그 후속 회담 성격인 실무회담도 불투명해진 것. 이 전직 관리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12월에 북-미 실무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이제 크지 않다. 현재로선 미국이 고려하는 회담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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