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차남 “왕위계승 관련 행사, 왜 국비로 하나” 발언 파문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30일 15시 28분


일본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가 내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왕위 계승에 따른 의식과 관련된 비용은 국비가 아닌 일왕 생활비 등의 예산인 ‘내정비’(內廷費)에서 지출해야 된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왕족이 공공 장소에서 정부 결정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30일 NHK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키시노노미야 왕자는 53세 생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왕위 계승에 따른 전통의식과 관련해 “다이조사이(大嘗祭)는 종교 색이 강한데 국비로 조달하는 것이 적당한가”라고 반문한 뒤 “종교행사와 헌법의 관계를 볼 때 내정비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이조사이’는 새로운 일왕이 새로 수확한 쌀을 신에게 바치면서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의식으로, 일종의 추수 감사 제사이다. 즉위 후 한번 이뤄져 일본에서는 일왕의 취임식과 같은 성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신도(神道)적인 성격이 강해 일본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자주 제기됐다.

1990년 아키히토 일왕 때는 ‘다이조사이’ 행사로 22억5000만엔(약 225억원)이 지출됐다. 내정비의 경우, 법률로 액수가 정해져 있는데 올해는 약 3억 2천만엔(약 32억원) 정도이다. 이 예산으로 ‘다이조사이’ 행사를 치루려면 의식의 규모나 내용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다이조사이’ 행사는 국가에 있어 중요한 의식이라고 판단, 비용은 공적 예산인 ‘궁정비(宮廷費)’에서 지출해왔으며 내년 행사에도 예산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야마모토 신이치로(山本信一?) 궁내청 장관은 “이미 결정된 방침(국비로 집행)에 따라 준비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에 맞춰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키시노노미야 왕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의견을 갖고 있다고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을 대신해 30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을 맡은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관방 부장관은 “전례에 따라 공적예산에서 지출한다고 각료회의에서 결정됐다”며 이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아키시노노미야 왕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으로서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으로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않으며 헌법상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내년 4월 30일 퇴위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나루히토 왕세자는 같은해 5월 1일 즉위하게 된다.

【도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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