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정 최대 敵은 포퓰리스트 지도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03시 00분


3일 폴란드서 당사국총회 열려

“폴란드 카토비체는 ‘기후 변화’가 맞닥뜨리는 도전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의 개최지인 카토비체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의 대표 탄광도시인 이곳은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폴란드는 에너지원의 8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데, 특히 카토비체 주민 대다수는 석탄 관련 산업에 종사해 향후 대규모 실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극우 성향의 폴란드 정권은 에너지 수요 증가를 이유로 내년에도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겠다고 공언했다.

2∼14일 열리는 COP24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파리 협정의 시행 세부지침을 마련하는 회의다. 하지만 합의안에 도달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카토비체의 사례처럼 석탄에 대한 각국 내부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섣불리 석탄을 퇴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 지도자들이 파리 협정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기후 변화 부정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 산업을 되살리겠다”고 말해 왔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부흥시켜 이 지역 노동자층을 주요 지지층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심지어 미국은 COP24 기간 중인 10일 석탄을 옹호하는 사이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대통령이 당선된 브라질은 지난달 28일 “내년 브라질에서 열리기로 계획됐던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 개최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 피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호주도 석탄 퇴출을 쉽사리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호주에서 기후 변화 정책은 총리를 여러 차례 바꿀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올 8월 교체된 맬컴 턴불 전 총리도 온실가스 배출 제한 법안을 도입하려다 역풍을 맞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런 사정과 한계는 1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미국 외 19개국은 파리 협정을 되돌릴 수 없으며, 국내 상황을 고려해 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으나 미국은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고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기후변화#cop24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