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 인도에 러브콜 경쟁
美, 아태지역 인프라 지원 약속… 中, 회담 정례화로 견제 나서
WSJ “인도, G2 싸움 조정자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무역전쟁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른바 ‘패권 경쟁’ 양상을 띠면서 ‘중립지대에 있는 큰 나라’ 인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파워게임이 벌어졌다.
미국 일본 인도 정상은 지난달 30일 G20 개최를 계기로 첫 3자 정상회담을 열고 세계 번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자리에 앉아 지속가능한 발전, 대테러 대응, 사이버 보안 등 여러 글로벌 이슈를 논의한 뒤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협력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미국과 일본에 인도는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기본적 가치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우호국이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위해 미국과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에 대해 최대 700억 달러(약 80조 원)의 인프라 지원을 표명했다. 이 구상안에 인도를 합류시키면 경제적 군사적으로 중국을 강하게 견제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2일 “인도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미국 일본과의 3국 정상회담에 소극적이었으나 이번에 미국 일본 쪽으로 방향타를 돌렸다”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3국 정상회담에서 3국의 머리글자 ‘JAI’(Japan, America, India)가 힌디어로 ‘성공’을 뜻한다고 설명하며 “매우 좋은 시작”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G20 회의에서 과감한 미국 견제 행보를 했다. 우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비공개 정상회담을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을 겨냥해 “WTO 원칙에 반하는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열린 중국 러시아 인도 3국의 비공식 정상회담은 2006년 이래 처음 열린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회담 정례화를 제안했고 시 주석과 모디 총리도 동의했다.
냉전시대 동서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며 비동맹국가의 맹주를 자임해온 인도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인도의 존재감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과 중국이 인도에 동시에 구애한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의 조정자로 나설 만큼 군사·경제적 파워를 가진 나라는 현재로선 인도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도는 중국 경제가 한풀 꺾여가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신흥 경제국으로 평가된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오래된 부정적 이미지’인 부패를 상당 부분 걷어내고 화폐 및 조세 개혁을 단행하면서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7.3%까지 끌어올렸다. 내년 성장률도 7.5%로 전망돼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는 날선 무역전쟁을 벌이면서도, 인도에는 관세 인상 유예를 제시하는 등 친화적 태도를 견지했다. 인도의 광활한 소비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적 포석인 셈이다.
미국은 지난달 인도가 러시아제 휴대용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15억 달러(약 1조6940억 원)어치 구매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강하게 반발하지 못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매한 인도에도 제3국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전략적 역할 때문에 눈감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도와 오랜 앙숙 관계인 중국도 미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도를 선택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는 4000km에 이르는 인도와의 국경지대에서 인도와 적잖은 마찰과 갈등을 빚었으나 올해부터 양국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협력 체제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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