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당국에 무참히 피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생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야수’(Beast)라고 지칭했다고 CNN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는 미 중앙정보국(CIA)로부터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CNN은 이날 카슈끄지가 휴대전화 메신저인 ‘왓츠앱’을 통해 캐나다에 망명 중인 사우디 활동가 오마르 아브델라지즈에게 보낸 메시지를 입수, 이를 일부 공개했다. 카슈끄지는 지난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되기 전 1년 동안 그와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눴다.
카슈끄지는 지난 5월 메신저 대화에서 “그(빈살만 왕세자)는 먹어치우는 희생자가 늘수록 더 많은 희생자를 원한다”며 왕세자를 ‘야수’와 ‘팩맨’(Pac-man)에 비유했다. 팩맨은 자신의 앞에 놓인 커다란 점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게임 캐릭터다.
카슈끄지는 또한 왕세자에 대해 “그는 폭력과 억압을 사랑하고 이것들을 세상에 보여주길 원한다. 폭정에는 논리가 없다”며 “그가 측근들조차 적으로 등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이러한 대화를 나눈 뒤 청소년을 겨냥한 온라인 운동을 기획하기도 했다. 당국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개설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카슈끄지의 안녕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브델라지즈에 따르면 지난 8월 그의 휴대전화가 불법 해킹당해 메신저 대화 내용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카슈끄지도 그들의 대화 내용이 해킹당해 사우디 당국에 유출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길한 예감은 불행히도 틀리지 않았다. 그는 메신저에 “신이시여, 우릴 도우소서”라고 적은 뒤 두달 뒤에 살해됐다.
아브델라지즈는 휴대전화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스라엘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우디 당국이 이 업체가 개발한 불법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메신저 대화를 해킹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 해킹이 카슈끄지에게 일어난 일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말로 미안하다”며 죄책감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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