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신 지지하는 책 홍보는 하지만 직접 읽진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17시 08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자신을 지지하는 책 등을 자주 언급하며 홍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 본인은 이 책들을 대부분 읽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의 북클럽 : 책 읽지 않는 대통령이 자신을 홍보하는 책을 홍보한다’는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일부 책들을 “놀라운” “훌륭한” “굉장히 창의적”이라고 칭찬했다며, 이 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에서 음모론 등을 내세우거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저자의 책이라고 설명했다.

한 예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화당 출신 연방 하원의원(루이지애나주)인 스티브 스컬리스의 책 ‘백 인더 게임(BACK IN THE GAME)’을 소개하며 “압도적으로 환상적”이라고 칭찬했다. 스컬리스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책을 얼마나 즐겁게 읽었는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해줘서 고맙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나와 내 가족에게 보여준 우정과 격려에 기쁘다”고 밝혔다. NYT는 스컬리스나 그 같은 작가들은 당연히 “대통령의 북클럽에 속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한 책을 정작 자신은 읽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서 시간이 부족하지만 독서를 즐긴다고 말하기도 하고 독서를 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지난해 앤드루 잭슨 전 미국 대통령에 관한 책을 읽는다면서 ‘한번에 반 페이지밖에 못 읽는다. 이런 저런 급한 일이 있다는 전화를 받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 역시 대통령의 독서에 “회의적”이라는 반응이다. 책 ‘트럼프네이션: 도널드가 되는 기술’의 저자 티머시 오브라이언은 NYT에 “과장을 보태지 않고 트럼프는 전혀 책을 읽지 않는다”며 “그는 인내력, 호기심, 좋은 독서를 하려는 자의식 부족하며 이 때문에 보좌관들은 복잡한 문제를 논의할 때 그림과 도표를 제시하고, 말로 설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책을 추천하는지와 자신이 추천한 책을 모두 읽었는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독서 습관을 잘 아는 익명의 측근 두 명은 NYT에 “트럼프는 독서 습관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책을 읽기보다 자신의 정책을 옹호하는 저자가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 발언을 하는 경우 출연자에게 직접 전화를 한다고도 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책에 대한 비평은 많이 하면서도 책을 읽지 않는 게 전임 대통령들과는 큰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V에 빠져 있으면서도 문학적 소양을 자주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기간 CNN에 자신의 책 ‘협상의 기술’이 “비지니스 서적 판매량 역대 1위”라며 잘못된 사실을 주장했고, 2005년 NYT에 보낸 편지에는 “존 업다이크, 오르한 파묵, 필립 로스를 읽었다”며 자신이 다독가임을 내세웠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책에 대해서는 거리낌 없이 비난하는 트윗을 쓴다며 책 ‘화염과 분노’의 저자 마이클 울프에 대해 “정신적으로 고장 난 작가”라고 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를 파헤친 ‘공포’를 쓴 워싱턴포스트의 기자 밥 우드워드를 고발한 사례를 들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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