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탈퇴’ 선언한 카타르
산유량 적지만 중동지역 첫 철수… 6일 감산 논의 앞두고 회원국 충격
美-러에 눌려 OPEC 영향력 줄어… 카타르 前총리 “쓸모없는 조직”
작년 단교사태에 보복 성격도
카타르가 국제 석유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국제 유가를 쥐락펴락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의 영향력도 크지 않다. 카타르의 하루 평균 산유량은 60만 배럴가량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5%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카타르가 3일 “내년 1월 1일부로 OPEC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하자 국제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카타르의 탈퇴 선언은 OPEC 회원국들이 어느 때보다 단결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에 나왔다. 그만큼 OPEC 회원국들에 미치는 파장도 컸다. 중동 지역에서 OPEC 탈퇴 국가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카타르는 1960년 출범한 OPEC의 창립 멤버다.
국제 유가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곤두박질한 상태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달 3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중 한때 5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연중 최고치였던 10월의 배럴당 76.41달러와 비교하면 30% 넘게 떨어진 수치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6일 OPEC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감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석유가 나라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OPEC 회원국들은 “지금도 (유가가) 비싸다”고 주장하는 미국과 감산을 딱히 반기지 않는 러시아를 상대로 힘든 협상을 벌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감산 여부를 결정할 OPEC 정례회의를 불과 3일 앞두고 카타르의 탈퇴 선언이 나온 것이다. OPEC 회원국들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형 금융사 캔터피츠제럴드 소속의 한 석유·가스 연구원은 “카타르의 OPEC 탈퇴는 회원국들 사이에 사우디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높아졌음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세계 석유 시장에서 사우디의 무게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사우디는 1974년 오일쇼크 이후 석유전쟁에서 늘 승자였다. 다른 산유국의 동의 없이도 산유량을 마음대로 조절했다. 국제 유가도 사우디의 결정에 따라 오르내렸다. 1986년 2차 석유전쟁 당시 산유량을 20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늘려 저유가 시대를 열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최근 사정은 다르다. 11월 초 유가가 급락하자 당시 사우디는 ‘하루 50만 배럴씩 감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유가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유가는 더 낮아져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에 국제 석유 시장이 곧바로 반응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10월 초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목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사우디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OPEC 영향력이 약화되고, 회원국들의 불만이 높아진 원인 중 하나다.
사우디는 궁지에 몰릴 때마다 유가를 협상의 무기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사우디의 결정이 곧 OPEC의 결정인 것처럼 증·감산을 독단적으로 실행하며 회원국들을 사우디 들러리로 전락시키기도 했다.
사드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도 3일 ‘OPEC 탈퇴 선언’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의 독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발언권이 없는 조직(OPEC)에 카타르의 노력과 자원, 시간을 들이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하마드 빈 자심 알 타니 전 카타르 총리도 “OPEC는 카타르에 쓸모없는 조직이 됐다”고 주장했다.
카타르의 OPEC 탈퇴에 대해 ‘단교 조치’ 후 어려움을 겪던 카타르가 체제 정비를 끝내고 사우디를 향한 ‘반격’을 시도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4개국은 지난해 6월 테러단체 지원 등을 문제 삼아 카타르와 모든 외교 관계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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