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례문화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웃음이 미국 장례식장에서는 곧잘 터져 나온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뿐만 아니라 고인과 얽힌 재미있는 일화들이 한 토막씩 소개되기 때문이다.
5일 미국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도 웃음이 이어졌다. 첫 웃음은 고인의 자서전을 집필한 역사학자 존 미첨의 추도사에서 터져 나왔다. 그가 “고인이 선거유세 때 한 백화점에서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다 마네킹과도 악수했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웃기 시작했다. 미첨은 “당시 고인은 얼굴은 붉혔지만 어색해하지 않았다”며 “‘(누가 누군지) 어떻게 다 알겠어. 물어봐야지’라고 말하면서 그 상황을 유머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추도사를 한 앨런 심슨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정치적 친구였던 고인이 농담을 즐겼던 일들을 회고했다. 그가 “고인은 고개를 뒤로 젖혀 실컷 웃고 난 뒤 자신이 왜 웃었는지 핵심 포인트를 늘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성당은 웃음바다가 됐다.
마지막 추도사를 한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웃음 바이러스를 터뜨렸다. 그는 “아버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며 “그의 (골프) 쇼트게임 실력은 형편없었고, 프레드 아스테어(미국 뮤지컬 배우)와 비슷하지도 않았다(춤 실력이 형편없었다는 의미)”고 말했다. 이어 “이 남자는 채소를 먹지 못했는데 특히 브로콜리를 싫어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장례식장을 찾은 추모객들은 따뜻한 웃음과 함께 고인을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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