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끝낸 부시, 아내-딸 곁에 잠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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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1호 기차 타고 장지로 이동… 주민 수천명 성조기 흔들며 배웅
美 49년만에 장례 열차 운행

6일(현지 시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관을 실은 장례 열차 ‘4141호’가 텍사스주 매그놀리아를 지나 장지가 있는 칼리지스테이션으로 향하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시민들이 성조기로 덮인 그의 관을 볼 수 있도록 열차칸 양쪽엔 큰 유리창을 달았다. 시민들은 열차를 향해 성조기를 흔들며 고인을 기렸다. 매그놀리아=AP 뉴시스
6일(현지 시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관을 실은 장례 열차 ‘4141호’가 텍사스주 매그놀리아를 지나 장지가 있는 칼리지스테이션으로 향하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시민들이 성조기로 덮인 그의 관을 볼 수 있도록 열차칸 양쪽엔 큰 유리창을 달았다. 시민들은 열차를 향해 성조기를 흔들며 고인을 기렸다. 매그놀리아=AP 뉴시스
6일 오후 3시 45분(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칼리지스테이션. 역 앞에 모인 시민들은 ‘4141호’ 기관차가 정차하자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지난달 30일 별세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 이 기관차는 2005년 철도회사 유니언퍼시픽이 41대 대통령인 고인을 기리기 위해 ‘4141’이라는 숫자를 붙여 헌정한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과 같은 하늘색, 흰색으로 칠해져 ‘철도의 에어포스원’이라고 불린다. 어렸을 적 기차 여행을 즐겼던 부시 전 대통령은 기관차 헌정식에서 “대통령 재임 중 이 기관차가 있었다면 에어포스원보다 열차를 더 많이 이용했을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냉전을 종식하고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의 군림)’ 시대를 열었던 부시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텍사스A&M대 부시 도서관·기념관 부지 내 장지에 안장됐다. 올해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바버라 여사와 1953년 세 살 때 숨진 딸 로빈 곁에서 영원한 휴식을 취하게 됐다.

이날 오전 텍사스주 휴스턴의 세인트마틴 성공회 교회에서 영결식이 끝난 뒤 4141호 기관차는 오후 1시경 12량 특별 열차에 부시 전 대통령의 관을 실은 뒤 유족 등을 태우고 출발했다. 성조기로 덮인 관이 실린 6호차의 양쪽 벽에는 큰 유리창을 달아 시민들이 관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장례식에 장례 열차가 사용된 건 역사상 8번째이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49년 만의 일이다.

열차가 장지 인근 칼리지스테이션까지 약 70마일(약 113km)을 달리는 동안 시민 수천 명은 기찻길에 모여 성조기를 들고 손을 흔들었다. 어린아이들은 열차를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적은 종이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과거 공군에 복무했다는 50대 텍사스 주민은 WP에 “군인 시절 그는 내 삶의 일부였다. 존경심을 전하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선로에 동전을 놓아 열차가 밟고 지나간 뒤 납작해진 동전을 소장품으로 간직하기도 했다. 열차는 마을을 지날 때면 속력을 늦춰 배웅 나온 시민들을 배려했다.

칼리지스테이션에 도착한 부시 전 대통령의 관은 역에서부터 부시도서관 정문까지 도열한 사관후보생 2100명의 배웅을 받았다. 미 해군은 해군 조종사였던 고인을 기리기 위해 해군 전투기 21대를 동원해 고인을 추모하는 저공비행을 했으며, 예포 21발을 발사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아버지 부시#조지 부시#냉전시대#팍스 아메리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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