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외국기업 임원 출국금지 전례 있어
“미국과는 달라” 보복 자제할 수도
‘좋은 시절 끝났다’ 중국서 짐 싸는 미국 기업도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인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46) 부회장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 벤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뒤 중국의 대미(對美) 보복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화웨이 임원의 체포가 (미국) 기업의 중국 여행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 컨설턴트들은 “(보복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며 미국 기업인들에 중국 여행 자제를 조언하고 있다.
중국은 갈등을 빚고 있는 외국의 금융, 제약, 생활용품 회사 임원들을 수사 대상에 올리거나 출국 금지를 한 전례가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실제로 스위스 은행인 UBS그룹의 자산관리 매니저가 출국 금지된 뒤에 UBS 측이 직원들에게 중국 여행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 초 미 국무부도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을 방문하거나 거주하는 미국인을 조사하고 구금하는 일이 있다며 중국을 여행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여행 권고를 발표한 바 있다.
멍 부회장 외에도 최근엔 공항에서 체포되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일본 당국은 11월 자동차 업계 거물인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을 비리 혐의로 도쿄 공항에서 체포했다. 연비 조작 관련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던 폭스바겐의 임원 올리버 슈미트는 2017년 1월 독일 귀국길에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중국이 맞대응에 나설 경우 중국에 거주하거나 중국을 방문하는 애플 등의 미국 간판 기업 임직원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빅터 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국제정치전략대학원 조교수는 “멍 부회장의 체포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또 다른 위험”이라며 “중국 여행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미국) 기업 임원들이 더 경계심을 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은 “아직 회사 출장 정책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며 중국 측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오히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보복을 자제하며 미국보다 공정하고, 규칙을 준수하며 기업 친화적인 국가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법률에 따라 중국 내 외국인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늘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중국의 법과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임금과 세금 인상, 변덕스러운 규제 등 기업 환경 악화에 시달리다가 아예 중국을 등지는 미국 기업들도 늘고 있다. 무역전쟁이 악화할 경우 미국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해외 이주회사인 산타페 그룹은 요즘 중국으로 오는 미국 가족보다 중국을 떠나는 미국 가족이 더 많다고 말했다. 연간 학비가 3만 달러에 이르는 상하이 미국인 학교의 현재 재학생 숫자는 5년 전 한창 때에 비해 17% 정도 줄었다. 미국상공회의소 상하이지부는 최근 몇 년간 회원사가 600개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제조업 기지인 미상의 광둥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현지 미국 기업의 70%가 중국 투자를 연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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