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주도 아랍 6개국 협력기구
사우디 국왕이 공식 초청했지만 카타르 군주 대신 국무장관 보내
작년 단교사태 앙금… 가능성 커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갈등을 계기로 내년 1월 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한 카타르가 걸프협력회의(GCC)마저 탈퇴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페르시아만 연안 6개 아랍국가의 지역협력기구다.
카타르의 GCC 탈퇴 전망은 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제39차 GCC 회담에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군주가 불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GCC의 리더 격인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이달 초 카타르 군주에게 공식 초청장을 보냈음에도 응하지 않은 것이다. 카타르는 대신 외무담당 국무장관을 참석시켰다.
사우디, UAE, 이집트, 바레인 4개국은 지난해 6월 카타르가 테러단체를 지원하고 이란과 우호적으로 지낸다는 이유로 카타르와의 모든 외교 관계를 끊었다. 국경 통제를 통해 인적·물적 교류도 막았다.
사우디 국왕의 이번 초청장 발송은 단교 사태 이후 나온 첫 공식적인 접촉 시도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사우디 국왕은 리야드 공항에 나와 GCC 참가국 관계자를 일일이 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타르가 이를 뿌리치면서 갈등 조기 봉합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GCC 회담에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국왕이 직접 참석했고, UAE와 오만은 건강이 좋지 않은 정상을 대신해 총리급이 참석했다. GCC 회담 뒤 사우디 국왕은 “이란이 계속해서 걸프 지역 국가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며 “GCC 회원국들의 ‘통합’을 통해 지역 안보와 경제 안정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 전문가들은 “카타르 내에서 GCC 탈퇴 논의가 심각하게 진행 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탈퇴를 예상하는 측은 “카타르가 OPEC 탈퇴 때와 비슷한 논리를 펴며 탈퇴를 선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3일 카타르 정부는 “발언권이 없는 조직(OPEC)에 카타르의 노력과 자원, 시간을 들이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 OPEC는 카타르에 쓸모없는 조직이 됐다”며 OPEC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UAE, 바레인 등 GCC 회원국들은 국왕이 불참한 카타르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칼리드 빈 아흐마드 알 칼리파 바레인 외교장관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카타르 국왕은 초청을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사우디의 초청장 발송이 ‘형식적인 초청’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가 개최국으로서 모든 회원국을 초청하는 전통을 따랐을 뿐이며 카타르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국왕의 초청장 발송 사실은 사우디 언론 보도가 아닌 카타르 국영 통신의 보도(5일)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카타르 입장에서는 사우디의 초청을 거절하는 카타르 국왕의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