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대 민관펀드 민간이사들 연봉갈등에 총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당초 5억5000만원대 연봉 제시… 日당국 비판여론에 철회 요구
이사들 “법치국가 아니다” 반발

“일본은 법치국가가 아니다.”

10일 일본 최대 관민펀드 ‘산업혁신투자기구(JIC)’의 사장 등 민간 출신 이사 9명이 총사퇴하면서 이렇게 비판했다. JIC는 인공지능(AI) 등 일본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 창출을 목적으로 종전 ㈜산업혁신기구에서 사명을 변경해 9월 발족한 투자회사다. 총투자액은 2조 엔으로 정부 지분이 95%다.

이 펀드의 이사 11명 가운데 정부 출신(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직한 것은 정부와의 갈등 때문이다. 경제산업성이 이들에게 연봉 5500만 엔(약 5억5000만 원)대의 보수안을 제시한 뒤 말을 바꾼 게 직접적 원인이 됐다. JIC 측은 당초 다나카 마사아키(田中正明)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 등에게 연 1500만 엔의 고정급과 최대 4000만 엔의 단기실적 연동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론이 제기되자 경제산업성은 다나카 사장에게 “보수 지급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다나카 사장은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신산업 창출이라는 이념에 공감해 모였지만 경제산업성의 자세 변화로 목적 달성이 곤란해졌다”며 흥분된 어조로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일본의 장래를 위해 우리가 가진 금융과 투자 지식을 내놓으려 했다. 당초 제시한 보수가 1엔이었더라도 이 일을 맡았을 것”이라며 “정부 고위 관리가 서면으로 약속한 계약을 나중에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일본이 법치국가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다나카 사장의 기자회견 뒤 “인식의 골이 메워지지 않아 9명이 사퇴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나카 사장은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의 부사장을 지내는 등 금융계에서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는 사장으로 내정된 뒤 미국 벤처캐피털 대표, 전 컨설팅회사 사장, 미 스탠퍼드대 교수 등 각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인사들을 끌어 모아 이사진을 구성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최대 민관펀드 민간이사들#연봉갈등에 총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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