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 공립학교 외벽에 그려진 벽화가 과거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한인사회의 항의에 내달 지워진다.
1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LA 통합교육구는 학교 겨울방학 기간인 내달 중 벽화 위에 새 벽화를 그려넣을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 벽화는 LA 한인타운 공립학교인 로버트 F.케네디 커뮤니티스쿨 체육관 외벽에 그려진 것으로, 2016년 학교 벽화 축제 때 화가 뷰 스탠튼(32)이 그린 것이다. 가로 14m, 세로 9m의 대형 크기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 햇살 문양이 사람과 야자나무 주위에서 뻗어나가는 모양이다.
화가 스탠튼은 이 그림에 그려진 사람은 미국의 유명 여배우인 고(故) 애바 가드너이며, 욱일기를 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윌셔 지역연합 등 LA 한인사회는 지난달 LA 통합교육구 및 학교 측에 서면을 통해 이 벽화가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며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욱일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끔직한 결과를 초래한 일본군의 침략을 연상시킨다”며 “우리는 일본과 독일을 좋아하지만 인류에 대한 그러한 잔혹한 역사는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인들의 항의에 LA 통합교육구는 내달 겨울방학 기간 중 기존 벽화 위에 새 벽화를 그릴 것을 허용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LA 통합교육구 교육감은 벽화 교체에 약 2만 달러(약 2000만원)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르테네스 교육감은 지난 주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은 인류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목적이지 지역민들을 화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만일 이 벽화가 누군가를 화나게 했다면 사과한다”라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 벽화를 그린 스탠튼은 실망감과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햇살 모양이 문제의 핵심인데, 벽화에 그려진 문양은 욱일기의 것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욱일기에는 햇살이 32개 있지만, 자신의 벽화에는 크기가 제각기 다른 42개의 햇살이 그려져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고대 중국에서도 중심점에서 뻗어나가는 햇살 문양은 흔한 디자인이었며, 미국 애리조나 주 깃발에서도 그런 문양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더해 ‘검열에 반대하는 국립연합’이라는 한 NGO도 성명을 통해 벽화 제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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