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노동자 막으려는 英, 늘리려는 獨… EU가 가른 정반대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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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고임금 기술자 한해 이민 허용, 연봉 3만 파운드 이하는 체류제한
산업계 “노동력 부족 직면할 것” 경고
獨, IT 숙련공 등에 체류허가-지원… 독일어 능통 난민엔 영주권 검토
브렉시트 D-100… ‘노딜’ 가능성 커져, 비행기-화물운송 등 비상대책 마련

유럽연합(EU)을 곧 떠나는 영국과, EU의 핵심국인 독일이 해외 노동자들에 대해 정반대의 접근을 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19일 “이민자 수를 줄이는 게 우리의 총선 공약이었다”며 국경을 강화하고 사람들의 이동을 엄격하게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발표안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은 위험이 낮은 나라 출신의 해외 노동자에게만 일자리 이민을 허용할 예정이다. 기술을 가진 숙련공에 한한다는 조건도 붙일 계획이다.

3만 파운드(약 43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해외 노동자의 경우 영국에 계속 머무를 수 있게 하고, 그보다 낮은 연봉의 해외 노동자에게는 12개월 동안만 체류가 가능한 임시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 낮은 연봉의 해외 노동자들은 가족도 동반할 수 없다. 영국산업연합은 “3만 파운드 이하 노동자들을 12개월 이상 머물지 못하게 할 경우 제조업, 병원, 건설현장 등에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같은 날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우리의 번영을 지켜줄 제3국의 인력이 필요하며 그들은 우리의 빈 일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더 많은 해외 노동자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독일 정부는 정보기술(IT), 요리, 금속 분야 등의 숙련공들에 한해 독일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6개월 동안 체류는 물론이고 경제적 지원까지 해주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독일어가 능통하고 일자리를 가진 난민 신청자에게는 적극적으로 영주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100일 앞두고 27개 EU 회원국들과 영국 모두 합의 없이 결별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을 우려하며 관련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년 1월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상정을 예고했지만 여당 강경파와 야당의 반대 때문에 통과 가능성은 낮다.

EU 집행위원회는 19일 노 딜 브렉시트를 맞을 경우 1년 동안은 EU로 향하는 영국 비행기의 운항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9개월 동안 영국과 EU를 오가는 화물 운송차에 특별한 출입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등의 14가지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지난주 프랑스 학교에서 근무하는 영국 시민권자들이 프랑스 공무원 자격을 계속 가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도 내년 3월 말 이전에 독일 시민권을 확보한 영국 사람들에게 계속 영국과 독일 두 개의 여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승인했다. 영국은 18일 내각회의를 열고 병력 3500명을 대기시키고 20억 파운드(약 2조8700억 원) 규모의 컨틴전시 플랜을 부처별로 배정하는 내용의 노 딜 브렉시트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문제는 누구도 노 딜 브렉시트 이후 벌어질 혼란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EU 집행위는 “14가지 조치는 특수 분야에 한정한 것으로, 노 딜 브렉시트 상황이 되면 EU의 법규가 더는 영국에 적용되지 않게 돼 그 여파가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내년에 EU로 향하는 영국 비행기 수천 편의 항공권 예약 취소가 불가피해진다. 브리티시에어라인과 이지젯 등 영국 국적 항공기는 내년에 크로아티아, 포르투갈을 비롯해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기 편수를 늘리기로 하고 이미 예약까지 받았으나 EU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의 수를 올해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해외 노동자들#영국 독일#정반대의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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