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개’가 ‘온건한 개’ 되기까지… 트럼프-매티스 ‘갈등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1일 13시 23분


매티스 “트럼프, 자신 견해와 일치하는 장관 가져야”… 갈등 시사
최근엔 트럼프로부터 ‘민주당원’ ‘온건한 개’로 불려
시리아 철군부터 한미연합훈련 중단까지 ‘갈등 연속’

‘민주당원’과 ‘온건한 개(moderate do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최근 붙인 별명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매티스 장관을 ‘미친 개’라고 부르면서 그가 고립주의 성향을 기반으로 한 ‘미국우선주의’ 정책의 첨병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이 미국이 국제적인 영향력을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직언을 자주 하자 둘 사이의 관계는 결국 틀어져버렸다. ‘나의 장군’은 ‘민주당원’이 됐고, ‘미친 개’는 ‘온건한 개’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백악관 내에서 영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매티스 장관을 결국 이날 사표를 냈다.

결정적인 사임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전부 철수시키기로 결정한 뒤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티스 장관은 20일 오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철수 결정을 (번복하도록) 그를 설득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했다”며 “(그 만남 이후) 매티스 장관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사직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관에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26번째 국방장관으로 봉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미국의 강점은 동맹국과 파트너국가라는 독특하고 포괄적인 체제와 끈끈하게 연계됐다고 믿는다”며 “동맹국들과 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그들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자유세계의 ‘없어서는 안 될 국가’라는 우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라고 적었다.

매티스 장관은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그들의 권위주의적 모델과 부합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것이 미국이 가지고 있는 힘을 동원해 공동의 방어선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자신과 일치하는 견해를 가진 국방장관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렇기에) 국방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고 믿는다”라고 사직서를 마무리했다. 안보는 물론 무역 분야에서도 동맹국들과 자주 마찰을 빚어 온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하지 못해 물러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으로부터 공격적인 성향을 기대했지만, 그가 오히려 백악관 내 안정의 축을 담당하는 행정부의 대표 인사로 떠오르면서 견해 차이가 드러났다.

WP는 매티스 장관이 미군의 시리아 철군을 반대했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성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으며 행정부의 대표 정책인 ‘이란 핵 합의’ 탈퇴도 반대했다고 평가했다. WP는 “(매티스 장관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발끈했다”라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두고 ‘쓸모없다’고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일부 돌리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장관이 차기 합동참모의장으로 추천한 데이비드 골드파인 공군참모총장을 낙마시키고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을 지명하며 둘 사이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백악관에서 전통적인 미국의 외교·안보 노선을 관철시키려 노력했던 매티스 장관이 이탈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증폭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매티스 장관의 사직서는) 나라를 위험하게 만들 심각한 정책적 오류가 향후 저질러질 거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믿을 수가 없다.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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