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드론 충돌, 얼마나 위험하길래… 대형 인명사고 가능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21일 16시 47분


영국 런던 인근 개트윅 공항 마비 사태를 계기로 드론과 여객기 충돌의 위험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현지시간) 고도 120m 이상 높이로 비행물체를 올리거나, 공항과 같이 항공기의 운항이 복잡한 곳에서의 드론 운행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에서 드론의 불법적인 운행으로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 최고 5년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영국항공기조종사협회는 현행법으로는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현재 공항 인근 1km 내 드론 운항 금지 규정을 5km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공기가 느리게 저공비행하는 공항 인근 지역에서 드론과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비행기와 드론의 충돌은 △2015년 29건 △2016년 71건 △2017년 92건으로 3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하였다.

FT는 고작 400g 나가는 드론과의 충돌이 소형 헬리콥터의 앞유리를 박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시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무게 2kg의 소형 드론과 여객기가 충돌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6년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US 에어웨이스 1549편 사고는 거위와의 충돌 때문에 일어났다. 2-6.5kg 나가는 거위 보다 더 무거운 드론은 시중에서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당시 충돌로 비행기의 양쪽 엔진이 모두 파괴돼 155명 승객 모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항공기 조종사가 뉴욕 허드슨 강 위에 성공적으로 착륙하면서 대형 인명사고를 피했다.

불법적인 드론 운행은 단속이 쉽지 않다. FT는 전파를 이용해 움직이는 드론의 특성상 조종자의 위치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며, 경찰이 어렵게 위치를 파악한다고 해도 범인은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개트윅 공항 사건 용의자 색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드론은 조종자기 수 백m 거리를 두고 30분 동안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드론은 4G 형태로도 연결이 가능해 조종자와 드론 간 거리에 상관 없이 휴대폰 수신 지역 어디서나 운행이 가능해 운전자를 적발하기가 어렵다.

대책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교도소 안으로 운반되는 마약의 유통을 막기 위해 드론 운행 방지 시스템 도입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이미 6개월간 건지섬에서 진행된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항공펜스(SkyFence)’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비행금지 구역 내로 들어오는 드론의 전파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드론의 운행을 막기 위한 전파 차단은 실제 여객기 운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항에서 항공펜스 시스템을 실제로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의 드론 제조업체 DJI는 제품에 GPS를 탑재하여 공항이나 교도소 등의 인근 지역 비행을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쉽게 조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드론의 불법 운행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가디언은 드론에 그물을 던지는 것도 간단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네덜란드 경찰은 드론을 공격할 목적으로 독수리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영국 정부는 현재 개트윅 공항 상공을 비행하는 드론을 지상에서 격추시키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 문제로 인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개트윅 공항 사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찾아 내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경찰은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제하면서도, “드론이 사라졌다고 판단돼 공항 운영을 재개하려 하면 다시 나타난다”며 이번 사건이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항공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건에 불과하던 드론 운행 준수사항 위반 적발 건수는 △2015년 17건 △2016년 25건 △ 2017년 3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