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동맹관계 존중하라”…매티스 사임, 거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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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23일 15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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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반발해 사표를 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피즘(트럼프주의)’에 맞서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매티스 장관이 전격 퇴장하게 되면서 워싱턴 조야에서는 향후 그의 사임이 불러올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작심 비판한 사임 편지에 대한 관심과 조명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매티스의 편지에 담긴 동맹의 가치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내 미군 철군을 발표하기 직전 사직서를 품고 백악관을 찾았으나 결국 대통령의 뜻을 돌리지 못하자 직후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신의 사임편지를 복사해 국방부 내 주요인사 30여 명에게 전달하도록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은 편지에서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신념을 역설했다. 그는 “동맹국들과의 강력한 관계 유지 및 이들에 대한 존중 없이는 우리 역할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질서의 증진을 위해 미국은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하며, 이런 노력은 동맹들과의 연대(solidarity of our alliances)를 통해 강화된다”고 썼다.

적대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전략적 이해관계에 있어서 우리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국가들을 상대하는 데 단호하고도 명확해야 한다”며 이 두 나라를 명시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및 동맹국들을 희생시켜 자국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편지에는 전임자들이 사직시 의례적으로나마 대통령에게 했던 감사 표시가 한 줄도 없었다. 매티스 장관은 군 통수권자의 뜻에 따라야 하는 군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고 따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내용을 놓고 CNN은 “미국의 미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2년 간 침묵해온 공화당과 보수 외교안보 분야 당국자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견제와 균형 잃은 트럼프 행정부, 쏟아지는 우려와 비판

여야 정치권도 들끓고 있다. 민주당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은 트위터에 “혼돈 속에서도 안정된 섬처럼 남아있던 매티스가 없어진 이후의 트럼프 정부가 무섭다(scary)”고 썼다.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매티스 장관의 편지를 읽으니 우리가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동맹을 훼손시키면서 적대국의 영향력은 키워주는 일련의 중대한 정책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 확실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좌충우돌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정책적 균형을 맞춰오던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던 인사. 그런 그의 전격적인 사퇴로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트럼프 행정부 내의 추가 사표가 잇따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존경하는 매티스 장군만 보고 국방부에 따라 들어온 인사들이 있다”며 “이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장 브렛 맥거크 IS격퇴 담당 특사가 22일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군 방침에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통령의 철군 결정은 충격”이라며 “이 새로운 지시를 수행할 수 없고, 더 이상 나의 정체성을 지킬 수도 없어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국방부는 으스스한(eerie) 분위기 속에 불안감과 침울함에 쌓여 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이날 전했다. 앞으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은 사실상 트럼프 혼자 결정하는, 전인미답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이런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 “짐 매티스에게 지금껏 그가 가져본 적이 없는 모든 자원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동맹은 매우 중요하지만, 미국을 이용하려 할 때는 그렇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맥거크 특사의 사임에 대해서는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며 “어차피 내년 2월에 물러날 예정이었는데, 아무것도 아닌 일을 놓고 가짜뉴스들이 요란을 떤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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