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말로 퇴위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재임 중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일본 궁내청이 23일 밝혔다. 헤이세이는 아키히토 일왕의 연호로 올해가 헤이세이 30년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헌법에 따라 정치적 권한이 없는 ‘상징 천황(天皇)’의 바람직한 자세를 추구해 왔다”며 “양위의 날까지 계속해서 그런 자세로 일상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후(戰後) 일본의 평화와 번영은 전쟁에서의 많은 희생과 국민의 노력으로 구축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전후 세대에도 올바로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오키나와(沖繩), 사할린, 팔라우, 필리핀 등을 방문해 전쟁 희생자들을 추도한 것을 잊을 수 없다며 “일왕으로서의 여정을 끝내려는 지금, 나를 지지해 준 많은 국민에게 충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아키히토 일왕은 ‘전쟁 책임’이라는 부친의 굴레를 의식한 듯 재임 기간 국내외 전쟁 희생자 위령이나 재해 지역 방문 등에 신경을 쏟았다. 재임 중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나 한신(阪神) 대지진 등의 막대한 인명 피해에 대해선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낀다”며 자원봉사 등을 통해 서로 돕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침략전쟁이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는 것과 달리 아키히토 일왕은 2015년부터 매년 일본의 패전일(8월 15일)에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혀왔다. 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내년 5월 1일 즉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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