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라이스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기 축출 등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안보 최대의 적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백악관의 위협(The Threat in the White House)’ 이란 제목의 글에서 “매티스를 물러나게 한 충동적인 결정 등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어떤 외국 적들보다 미국의 국가 안보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스는 “미국의 국가 안보 정책 결정 과정은 1947년 국가안보법이 제정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위기”라며 “2000명의 시리아 주둔 미군, 7000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등은 이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수석 보좌관들의 조언에 반해 우리의 동맹국과 의회를 무력화시켰고 우리의 적수인 러시아, 이란, 헤즈볼라, 탈레반에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다”며 “매티스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동맹 보존을 약속한 마지막 고위 관리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라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슬람국가(IS)가 패배했다고 깜짝 선언하고 모든 미군을 시리아에서 철수시키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이슬람국가는 크게 약화된 것이지 패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부는 2000~2500여명의 IS 요원이 시리아 남동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으며 시리아, 이라크 전역에는 더 많은 요원들이 퍼져 있다고 보고 있다”며 “시리아 철군의 혜택은 무장단체, 터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러시아, 이란이 본다”고 주장했다.
라이스는 “우리는 파트너인 쿠르드족을 버리고 터키의 공세에 무방비 상태로 남겨 놨다”며 “또 전장에 병력을 배치한 영국, 프랑스 등 동맹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중 절반을 철수시키라는 지시 역시 9·11 사태 이후부터 함께 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며 “이는 대선을 앞둔 아프간 정부를 뒤흔들었다”고 비판했다.
라이스는 “이 급박한 철수 결정은 탈레반을 강화시키고 평화회담을 시작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저해하고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장을 열었다”며 “국가 안보 의사 결정 라인이 최소한의 기능이라도 작동했다면 잘못된 결정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결정 시스템 붕괴에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이 크게 기여했다고 꼽았다.
라이스는 “볼턴은 중요 사항 논의에 있어 각료들을 소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그는 사이버, 테러리스트 공격부터 허리케인, 전염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한다. 매우 소모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효과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 치명타를 입혔다”며 “대통령은 사실 정부, 군사 분석 또는 국익에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라이스는 “트럼프는 참모들의 견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충동적으로 정책을 결정해 발표하며 그로 인한 결과를 무시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 있는 국가 사령관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매티스의 퇴진은 우려스럽다”며 “비록 매티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그는 우리 동맹국을 위한 균형추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라이스는 “우리의 젊은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사람들은 없고,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이 역시 영원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철군 등 전략적 결정은 국익에 근거한 의사결정 과정을 따라야 하며 이를 어길 시 국가와 동맹국들의 안보가 가장 먼저 고통 받는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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