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내 외국 기업의 기술 이전을 정부가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외국 기업 투자법’ 초안을 마련했다. 내년 3월 1일 시한의 미중 무역협상 본격화를 앞두고 미국에 일부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23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상무위원회 7차 회의에서 ‘외국 기업 투자법’ 초안이 제출돼 심의를 시작했다. 법 초안에는 “국가는 외국 투자자와 외자 투자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자율 원칙과 상업 규칙에 기초해 기술 협력을 진행하는 것을 장려한다”며 “기술 협력 조건은 투자(협력) 양 측의 협상으로 확정해야지 국가가 행정 수단을 이용해 기술 이전을 강제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은 내년 3월 전국인대에서 입법이 확정된다.
기술 이전 강요는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와 함께 그동안 미국이 중국에 줄기차게 시정을 요구해 온 이슈다. 미국은 “미국 기업이 중국과 합자 기업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행정 심의 및 허가 과정에서 협력 파트너인 중국 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것을 중국 정부가 강요한다”고 비판해 왔다. 중국은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규정 자체가 없다”고 반박해 왔는데 이번에 기술 이전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든 것이다.
전국인대는 또 특허법 수정안 초안에서 특허권 침해 피해액의 최고 5배를 배상하도록 규정해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배상액 산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판관이 정할 수 있는 배상액을 현행 1만~100만 위안에서 10만~500만 위안(약 8억 원)으로 크게 올렸다.
외국 기업 투자법에는 △국가는 원칙적으로 외국 기업에 세금을 징수하지 않는다 △외국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 경영 활동에 위법하게 간섭하거나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시장 진입 및 퇴출 조건을 위법하게 만들면 안 된다 등 외국 기업에 대한 시장 개방과 공정 경쟁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이 내년 1월부터 시작될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양보안을 제시하되 협상 단계에서 양보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개혁개방을 위한 중국의 필요에 따른 조치라는 인상을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 기업과 합자 형식을 통해서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 외국 기업에 합자 조건으로 내걸어온 기술 이전 관행을 실제로 없앨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최근 “중국이 무역과 산업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혁할 준비를 하지 않는 한 미중이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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