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강태공’ 비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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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실무접촉 번번이 무산돼도 월척 낚겠다는 뚝심으로 기다려
트럼프에 직보… 北 무시 못할것

“북핵이라는 월척을 낚아 보겠다는 ‘강태공’ 같다. 화가 날 법도 한데 표정에 큰 변화가 없다.”

최근 한미 워킹그룹회의에서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이브에 대북 브리핑까지 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놓고 한 외교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8월 23일 취임 후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지 못했지만 북한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그의 ‘뚝심 행보’가 한미 외교가에서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는 얘기다.

비건 대표는 의회와 백악관에서 20년 넘게 일했고 대표를 맡기 전까지 14년 동안 포드자동차의 국제담당 부회장으로 일했지만 북핵에는 문외한이다. 그러다 보니 최 부상과의 실무접촉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자 북핵 무대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19일 한미 워킹그룹회의차 방한한 뒤부터 그의 무게감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 정부에 일절 알리지 않고 인도적 지원 목적의 미국인 방북 허용 검토라는 깜짝 카드를 공개한 데 이어 판문점을 극비리에 방문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북한에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 앞서 비건 대표는 10월 29일 북한의 지명이 적힌 영문 지도를 들고 외교부를 찾는 쇼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처음엔 냉랭했던 북한도 점차 비건 대표가 어떤 인물인지, 최선희를 보내 만나도 될 정도로 트럼프의 신임을 얻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건에 대해 평양에선 전혀 정보가 없다. 지금까지는 서로 간을 보는 시기였다”며 “내년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북한이 대화 무대로 복귀한다면 비건이 본격적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올해 북핵 협상을 실무 주도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 그만둔 만큼 북한도 좋든 싫든 비건을 접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필요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다는 배짱이 있더라. 북한도 이 대목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과 실무접촉 번번이 무산#월척 낚겠다는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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