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에 의존한 수익구조 한계
선두주자 오포, 반환요구 빗발쳐… 모바이크는 직원 30% 감원
베이징 190만대중 절반 방치
26일 오전 베이징(北京)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중국의 대표적 공유자전거 기업 오포(Ofo) 본사 사무실. 이날도 20∼30여 명의 이용자들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20일에는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이용자 1000여 명이 몰려들어 건물 바깥까지 장사진을 이뤘다. 일부는 고함지르고, 울고, 분을 이기지 못해 직원을 폭행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여파인지 26일 본사 앞에는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였다.
오포의 공유자전거는 99∼199위안(약 1만6000∼3만2500원)의 보증금을 스마트폰을 통해 내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가 2800만 명(5월 기준)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늘어났지만 오포가 자금난으로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보증금 반환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가 보증금 반환 신청 절차를 진행해 봤더니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차례는 1344만5826번째였다. 직원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루에 수만 명 정도 반환받고 있다”는 말에 기자가 “그럼 수백 일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더니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모바일결제, 전자상거래, 고속철과 함께 공유자전거를 중국의 ‘신(新) 4대 발명’이라고 앞다퉈 선전했다. 특히 중국 공유자전거 산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오포와 모바이크는 대규모 투자를 받아 산업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2015년 처음 출현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중국의 공유자전거 산업이 3년 만에 보증금에 의존한 수익구조의 한계를 보이며 몰락하고 있다. 26일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중국의 70여 개 공유자전거 업체 중 지난해 하반기에만 34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뉴욕타임스(NYT) 중문판은 “돈을 퍼부어 이용자를 사고, 나중에 이윤을 논하는 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부닥쳤다”고 지적했다.
대표 주자였던 오포는 지난해 한때 기업 가치가 30억 달러(약 3조3700억 원)까지 올랐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약 780만 달러의 채무를 갚지 못했다. 창업자인 다이웨이(戴維·27)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보증금 반환과 공급상에게 지불하지 못한 돈을 주기 위해 (회사) 운영 자금을 쓸 생각을 했다. 심지어 기업 해산, 파산 신청도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쟁업체 모바이크는 자금난을 겪다가 올해 4월 중국의 주문배달 서비스 업체 ‘메이퇀(美團)’에 인수됐다. 25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모바이크는 직원의 30%를 감원할 계획이다.
베이징시에 따르면 올해 거리에 깔린 공유자전거는 190만 대이지만 절반가량은 실제 이용되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지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일보는 “금융자본의 과잉 공급, 특정 기업의 시장 독점으로 인한 혁신 동력 상실, 저질 경쟁 등이 중국 공유경제의 이런 상황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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