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탐험가가 역사상 최초로 보조기구나 기타 장비의 도움 없이 남극을 단독으로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7일(현지 시간) 전했다. 통신은 미국 포틀랜드 출신인 콜린 오브레이디가 53일 간 1483km에 달하는 거리를 썰매를 끌고 가는 사투를 벌인 끝에 대기록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오브레이디는 지난달 3일 론 빙붕(氷棚)에서 출발해 남극점을 거쳐 이달 26일 로스 빙붕(氷棚) 인근에 도착했다. 남대서양이 보이는 지점에서 여정을 시작해 남태평양이 보이는 정반대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브레이디가 마지막 124.8km를 32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울트라 마라톤’을 하듯 달려 최종 목표지점에 도착했다며 “이미 전례가 없는 기록이지만 (그의 마지막 스퍼트로 인해) 이는 더 깨기 어려운 기록으로 남게 됐다”고 전했다. 오브레이디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32시간 동안은 음악도 듣지 않고 극도로 몰입한 상태에서 그저 전진했다”며 “환상적인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여정 내내 각종 짐을 실은 170kg 무게의 썰매를 끌고 다녔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한 장씩 남극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여정을 사실상 생중계했다. 성공적으로 횡단을 마친 뒤 공유한 사진과 글에서 그는 “꿈을 현실로 이뤘다”며 ‘어떤 일들은 해내기 전까지는 불가능해 보인다’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적었다.
예일대에서 수영선수로 활동했던 오브레이디는 2008년 휴가 차 방문했던 태국에서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를 치료하던 의사가 다시는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부상에서 회복했고 이내 철인3종 경기에 도전했고 전 세계 7개 대륙의 최고봉을 정복하며 탐험가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남극 횡단에서 영국인 탐험가와 선의의 경쟁을 벌인 것으로도 주목받았다. 2016년 남극 횡단에 나섰다가 숨진 친구의 뒤를 따라 남극 횡단에 도전한 영국 육군 장교 루이스 러드는 올해 칠레의 한 술집에서 오브레이디를 만나 남극 횡단 아이디어를 공유한 뒤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로 했다. NYT에 따르면 오브레이디와 같이 출발한 러드는 현재 남극 횡단에 성공하기까지 약 80마일(약 130km)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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