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품 공급자들 가운데 한 명이 형사재판에 처해졌음에도 평양의 ‘싱가포르 상점’(Singapore shops)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 상점은 우크라이나산 보드카에서부터 유명 브랜드 제품을 모방한 중국산 모조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팔고 있다. 유엔의 북한으로의 수출을 금지한 사치품들도 널려 있어 유엔의 대북 제재와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한다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정책에 모든 업체들이 다 따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상점의 존재는 결코 비밀이 아니다. 최근까지도 북새점의 비닐 쇼핑백에는 싱가포르 파트너인 OCN 그룹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 OCN의 전 관계자 1명이 재판으로 구속됐음에도 이 상점은 여전히 향수와 보석류, 포도주, 호화 의류와 화장품 등 유엔의 제재를 위반한 사치품들을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보통강 류경점과 북새점으로 알려진 상점들은 평양의 엘리트들과 중국 기업가들, 북한에 거주하는 외국외교관 등 고소득층들의 쇼핑 모습을 보여준다. 결제는 미 달러화나 유로화, 중국 위안화 등으로 이뤄지며 판매가격은 금전등록기에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된다.
이 상점들에 물품을 공급했던 OCN 그룹의 응 컹 와(56)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북새점에 600만 달러(약 67억원)의 사치품을 공급, 유엔의 제재 위반 등 81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지난 7월18일 기소됐지만 50만 싱가포르달러(약 4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내년 1월17일 그에 대한 재판 전 협의가 열릴 예정이다. 그는 1개 혐의마다 최대 5년의 징역형에 10만 싱가포르달러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또다른 싱가포르 남성과 북한 남성이 북한에 사치품을 공급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 대북 제재를 위반해 미국에서 형사 기소된 또다른 싱가포르 기업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싱가포르 상점의 번창은 대북 제재에 많은 허점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거래하려는 기업가들에게 거래의 길은 막혀 있지 않다.
북한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이 북한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주요 통로로 여겨지지만 러시아와 이집트, 몽골도 북한의 주요 무역 파트너이며 지난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도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에 맥도널드 햄버거점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평양에는 이미 싱가포르 기업인 3명이 공동 설립한 ‘삼태성’이란 햄버거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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