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가 놀랍지는 않다. 신뢰를 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에 큰 오점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의 스캔들 여파로 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측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탄핵 가결로 사임했던 1974년 당시 공화당은 야당인 민주당의 압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지난 2년 간 자유한국당이 겪었던 고전을 예상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고통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미국의 정당 분석가들이 지칭하는 것처럼 ‘재야(在野)’ 상태에 있다. 정치력과 인기를 함께 잃었다. 반공과 친재벌이 주를 이루는 자유한국당의 이데올로기는 남북평화, 미세먼지, 이민자, ‘헬조선’ 등 요즘 사회문제에 비하면 시대착오적이다. 당도, 당의 이념도 진부하다. 필자는 대학생을 가르치며 이러한 견해를 매일 접한다.
당면한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선거의 승기를 다시 잡기 위해서 자유한국당은 상당히 큰 변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다. 두 인물은 모두 당선되기에는 너무도 진보적인 좌파 정당을 이끌고 있었다. 이들은 당을 성공적으로 개조해 변화된 환경에 걸맞는 경쟁력을 키웠다.
탄핵 이후 돌아선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중함, 친근함 및 청렴정치로 전임자와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 인기 있는 문대통령에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
첫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실제로 유죄이며 그렇기에 마땅히 수감되어야 함을 인정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 대다수의 찬성과 헌법재판소 만장일치로 탄핵된 사실을 생각했을 때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이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모’는 탄핵이 북한의 지령이라는 음모론을 주장하며 항의집회를 열어 저항하고 있다. 필자는 글을 통해 이러한 음모론을 뒷받침해달라고 부탁하는 수백 통의 메일을 보수 지지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다른 상황에서는 진중한 보수성향 지인들이 이러한 음모론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은 심히 우려스럽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심한 부정부패 때문에 적법하게 탄핵되었음을 대다수의 국민과 단체가 분명히 알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유한국당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둘째, 자유한국당은 당면한 사회문제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루기 위한 새로운 정책이념을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 보수는 너무 오랫동안 반공 및 친재벌 이념 안에서 타성에 젖어있었다. 보수 유권자들은 북한을 적대시하고 통일을 염원하며 현재의 남북평화 분위기를 우려하기 때문에 반공주의는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수가 오랫동안 믿어온 색깔론과 빨갱이 사냥은 청산되어야 한다.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북한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좌파는 공산주의 동조자가 아니며 문 대통령 역시 북한의 조종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보수는 반공주의 이념을 성숙하게 발전시켜야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문제들에 대한 논의도 진행해야 한다. 삶과 밀접한 사회문제들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부유하고 현대적인 대한민국에서 재벌의 성공과 무역흑자로 설명되는 성장주의 이념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진부하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이다. 대한민국은 미세먼지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단순히 중국만 탓할 것이 아니라 깨끗한 물과 공기를 위한 청정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안전한 운전문화와 깨끗한 거리도 필수적이다. ‘헬조선’ 문제는 한국 청년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을 만큼 심각하다. 중견국 역할을 열망하는 G20 경제대국 대한민국에 부정부패가 너무 만연하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강한 투기적 성격을 고려했을 때 가계부채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출생률 하락으로 2020년부터 대한민국 인구는 감소할 것이다. 인구감소 문제에 해결책이 될 수도 있는 이민자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문제들에 대해 독창적이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사회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에도 긍정적인 역할로 작용할 것이다. 미세먼지가 여전히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만 보더라도 민주당은 이러한 사안에 제대로 된 대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중산층의 삶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보였던 국민의당은 소멸해버렸다. 그렇기에 자유한국당의 부활을 가능케 할 정치적 공간은 상당히 크다.
셋째, 자유한국당은 젊은 후보자, 여성 후보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후보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나이든 남성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자신을 ‘한국판 트럼프’라고 홍보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훌륭한 보수주의에게 실패작이었다. 자유한국당이 만약 ‘트럼프 식’으로 무장한 채 부활한다면 젊은 층과 여성들은 자유한국당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대선에서 홍준표 전 대표의 성적은 생각보다 좋았다. 대선 초기만 해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간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모두들 생각했었다. 홍 전 대표는 전례 없는 패배로 귀결될 수도 있는 상황을 호전시켰다. 홍 전 대표의 득표율은 두 번째로 높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제2당이자 제1야당으로 만들지 못했다. 안 전 대표는 다시 한 번 한국정치의 바깥으로 밀려났고 자유한국당에게 제1야당의 자리를 내주었다. 또한 문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Robert E Kelly (@Robert_E_Kelly) is a professor of international relations in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Diplomacy at Pusan National University. More of his work may be found at his website,AsianSecurityBlog.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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