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일하는 건 뼈가 갈릴듯한 고통… 군인정신으로 버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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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앞둔 켈리 비서실장 밝혀

“‘뼈가 갈리는 듯한(bone crushing) 어려움’을 안겼다. 그래도 해내야 했다.”

내년 1월 2일 자리에서 물러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사진)이 퇴임 직전인 30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언급이다. 이 신문은 이 같은 어려움을 안긴 대상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지목했다.

백악관 생활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던 켈리 비서실장은 이런 어려움을 오로지 ‘군인정신’으로 버텼다며 “군인은 도망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그는 지난해 7월 백악관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성향을 제어하곤 했다. 이로 인해 미 행정부 내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가운데 한 명으로 불렸다.

그러면서도 켈리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지식이 없이 정책 결정을 내린 적은 없다”며 “그의 결정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는 자신의 정책 결정이 가져올 파급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불법적인 일을 하라고 명령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민정책과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의 장벽 건설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켈리 실장은 “불법 이민자 대부분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다만) 이민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불법 이민을 막으려면 미국 내 마약 수요를 줄이고 중남미 국가의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양면적 의미의 소회를 밝혔다.

켈리 실장은 “(자리를 맡았을 때) 백악관에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권력 투쟁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오후 9시에 퇴근했으며, 퇴근 이후에도 보안시설이 갖춰진 구역에서 기밀 보고서를 검토했다고 전했다. 그는 “보안요원이 지키고 있어서 맥주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고 빡빡한 백악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켈리 실장은 지난달 중간선거가 끝난 뒤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좌충우돌했던 그의 임기는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와 일#켈리 비서실장#군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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