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를 포함한 쿠릴열도에 오는 2020년까지 지대함미사일을 증강 배치해 방위선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이 31일 러시아 당국 내부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문서는 올 여름 이후에 작성됐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는지는 불명확하다.
이 문서에는 러시아군이 신형 지대함미사일 ‘바스티온’(사거리 300㎞ 이상)과 ‘발’(130㎞)을 쿠릴열도와 사할린 등을 포함해 6곳에 배치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쿠릴 4개 섬 중 가장 큰 이투룹(에토로후)과 쿠나시르(구나시르)에는 이미 2016년 미사일이 반입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956년 소일공동선언을 통해 일본에 인도하기로 한 시코탄 섬과 하보마이 군도에는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이 계획이 실현되면 쿠릴 4개섬을 포함한 쿠릴열도 전역 및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의 일부 지역도 미사일 사거리에 포함될 전망으로, 러일 간 평화조약 체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통신은 전망했다.
쿠릴 4개 섬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바로 위에 위치한 4개 섬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지만 일본이 반환을 요청하며 영토분쟁을 겪고 있다. 양국은 쿠릴 4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으로 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이 넘도록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11월 정상회담에서 1956년 체결한 소일공동선언에 근거해 평화조약 체결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 러시아 언론에서는 쿠릴 4도에 대한 군비 증강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일본의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지난 17일 러시아 국방부가 이투룹과 쿠나시르 2개 섬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 거주용 집합주택 4개 동을 새로 건설했으며 내주 188세대가 입주하는 등 군 관련 시설을 확충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세르게이 라브포르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7일에 이어 17일 일본과의 평화조약에 대해 “소일공동선언을 기초로 한다는 것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차 대전 후 쿠릴 4개 섬은 러시아 영토가 됐다는 의미로, 일본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쿠릴 4도를 둘러싼 러일 간 영유권 분쟁 및 평화조약의 향배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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