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회하는 116대 미 연방의회에서 상원의원(유타)으로 워싱턴 정계에 복귀하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72)가 1일(현지 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트럼프는 자질이 떨어지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2012년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롬니는 2016년 대선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를 ‘사기꾼’이라고 몰아세웠던 바 있다.
롬니는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오랫동안 얼간이(sucker) 같은 짓을 해 왔다’고 경솔하게 주장하면서 대통령의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사퇴하고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고위직에 임명된 것, 시리아에 주둔해 온 미군을 갑자기 철수시키면서 동맹국들의 믿음을 저버린 것도 대통령의 위신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는 내가 선택한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아니었지만 나는 당선된 후 그가 난국에 대처하는 수완을 발휘해 주길 기대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 초 인선은 고무적이었지만 그 후 2년 동안 트럼프는 결국 자신이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적었다.
롬니는 ‘트럼프 행정부가 잘한 일’로 법인세율을 글로벌 시장의 경쟁국가 수준으로 조정한 것, 과도한 규제를 없앤 것,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방식에 제동을 건 것, 사법부를 개혁하고 보수적 성향의 판사들을 임명한 것 등을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미국은 오랫동안 국제사회를 이끄는 리더십을 추구해 왔다”며 “경제력과 군사력의 뒷받침도 있었지만 원칙을 지키는 외교적 결단, 자유와 평등을 바라는 인류의 정의를 지키려는 인내와 헌신을 통해 세계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롬니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격변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다”며 “국제사회는 미국의 지도력을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것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글로벌 정치에서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롬니는 “국내 정치의 실패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위 정치권이 공포와 분열을 조장하는 종족주의(tribalism)를 지양하고, 모든 국민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 균형을 바로잡는 일도 선결 과제로 꼽았다.
롬니는 “미국은 세계 다른 나라들과 협력했을 때 가장 강했다. 유럽, 아시아의 국가들과 강한 결속을 다져야 한다”며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코멘트나 말실수에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겠지만 분열을 조장하는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반이민적 언행이나 거짓되고 파괴적인 행동에 대해 맞서 발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돌아온 거물’ 롬니는 공화당 상원 내에서 린지 그레이엄(64·사우스캐롤라이나)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견제할 만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 인종주의들의 폭력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옹호성 발언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롬니는 워싱턴 복귀에 앞서 칼럼을 통해 자신의 독립적 영역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며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롬니를 포함한) 당내 다른 후보의 도전을 받을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유타 주를 방문해 롬니 당시 후보의 중간선거 유세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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