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방금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편지(great letter)를 받았다”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A4 용지 1장짜리 친서를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마 또 하나의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Not too distant future)에 (2차 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벌써 6번째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네진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정상회담의 관문인 비핵화 실무협상의 꽉 막힌 문을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서 외교’ 레토릭을 넘어 실질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커지고 있다.
○ 신년사 이은 ‘훌륭한 편지’ 화답
트럼프는 “북한과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고 김 위원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정권이 들어섰다면 지금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며 외교 성과에 대한 자평으로 3분가량 북한에 대해 언급했다. 친서 내용이나 전달 시기 등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자기 나라를 위해 경제발전을 이루고 크게 성공해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며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북한을 우리가 도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만나고 싶어 하고 나도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진전에 따라 경제적 ‘당근’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나는) 속도를 말한 적이 없다”며 “80년간 이런 상태였는데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6개월 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며 속도 조절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에 신중 모드였던 국무부도 북한의 신년사 중 긍정적인 메시지에 비중을 실어 분석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새로운 길 등) 경고로 해석될 메시지에 대한 우려 등이 종합적으로 담기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사와 반대 방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미 양측이 제3국에서 정상회담 준비 접촉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 비핵화 성과 없는 ‘예술작품’
신년사나 친서의 레토릭이나 형식 등 외형적인 화해 기류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실질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놔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던 친서 가운데 지난해 6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백악관에서 직접 전달했던 첫 번째 편지를 제외하면 북-미 관계나 비핵화 진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했던 친서에는 김정은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대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경제 숨통을 틔워줄 제재 완화 논의는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대북제재 해제 30일 이내에 의회에 관련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아시아 안심법안(ARIA)’에 서명했다. 법률로 공식 발효되는 ARIA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비협조적인 국가 목록 제출 의무 등이 포함됐다.
이날 각료회의 책상에선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을 패러디한 포스터가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복원을 예고하면서 트위터에 올렸던 것. 드라마의 첫 번째 에피소드 제목인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에서 착안한 ‘제재가 오고 있다(Sanctions are coming)’는 문구가 쓰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훌륭한 편지’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한 제재를 암시하는 듯한 이중적 포석을 깐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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