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집안 출신에 바티칸 주재 외교관으로 중책을 맡을 것이 유력했던 조성길 주(駐)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가 망명한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그의 마지막 행적과 망명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정부의 신임을 받던 그지만 자녀를 더 나은 체제 속에서 좋은 교육을 받게하며 키우기 위해 망명을 감행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작년 11월 초 부인과 함께 잠적했으며 아직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자녀를 동반했는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다.
조 대사대리는 지난 2015년 5월 부인과 함께 이탈리아 로마에 부임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2017년 10월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이유로 문정남 주이탈리아 대사를 추방한 뒤부터 대사대리로 근무했다. 작년 9월엔 베네토주의 가구 제조공장 등을 시찰하기도 했다. 자녀(아들)가 이탈리아에 함께 있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나 일부 관계자들은 자녀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탈리아 일간지인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최근 조 대사대리의 망명 전 행적을 재구성했다. 지난해 9월 북한 정부는 이탈리아 대사를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조 대사대리에게 귀국을 명하는 한편 이탈리아 외교부에는 차기 대사인 김천의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인수 인계 절차가 마무리되던 11월 무렵 조 대사대리의 행적이 돌연 묘연해졌다.
이후 이탈리아 외교부는 이탈리아 정보 당국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이미 제3국에 도피해 은신해있던 그를 찾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를 다시 이탈리아로 데리고 돌아왔고 현재는 정보기관의 보호하에 이탈리아 내 모처에 있는 것으로 신문은 추측했다.
또 코리에레델라세라는 그가 오랫동안 이번 망명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통상 북한 외교관은 이탈을 막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홀로 부임하지만 조 대사대리 경우 아내는 물론 자녀도 이탈리아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북한 정부가 그를 얼마나 신뢰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밝혔다.
조 대사대리의 망명 동기에 대해서 미국 타임지 등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더 나은 체제와 교육 환경에서 자녀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다. 지난 2016년 8월 남한으로 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는 아버지와 장인 모두 대사로 일한 외교관 가문 출신이다. 이탈리아 대사 역할은 북한 원조를 수행하는 세계식량프로그램과 연례 협상을 해야하는 중요한 위치인데다가 로마는 북한 고위층을 위한 사치품을 밀수하는 근거지기도 하다.
태 전 공사는 조 대사대리가 바티칸 주재 주요 외교관이 될 것이며 추후 교황의 북한 방문 등을 협의할 중요한 위치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외교관으로서의 꽃길도 마다하고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접한 그가 북한으로 돌아가느니 자녀를 위해 망명을 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전쟁 후 약 3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탈북해 남한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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