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러시아에 평화조약 체결시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열도) 4개 섬에 대한 배상 청구권도 서로 포기하자고 제기할 방침이라고 8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일러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 내에서 러시아와 평화조약과 함께 청구권 포기를 규정한 협정도 동시에 체결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화조약 체결로 70여년간 이어져온 일러 양국간 전후처리를 끝내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전후 러시아 영토로 바뀌면서 일본인으로 살지못한 북방영토 원주민에게는 일본 정부가 보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56년 체결한 ‘일소공동선언’은 양국간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고 당시 소련이 대일전에 참가한 1945년 8월 9일 이후 전쟁의 결과로 생긴 모든 청구권을 서로 포기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공동선언은 전쟁 상태가 끝날 때까지의 러시아의 약탈이나 재산 손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섬 원주민의 토지소유권 등에 근거한 청구권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원래 일본 영토지만 전후 러시아의 지배가 이뤄진 북방영토 4개 섬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 및 원주민이 러시아에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은 일본 정부가 배상청구 권리를 인정한 채로 러시아와의 협상을 진행하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협상이 한층 더 어려워진다고 판단, 청구권을 양국이 동시에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3월 기준으로 원주민은 6000여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섬이 러시아령으로 바뀌면서 토지를 사용할 수 없었던 원주민이 러시아에 배상청구를 못하는 대신 일본 정부가 적정한 액수를 원주민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2개 섬만 반환받을 경우 러시아령이 된 나머지 2개 섬의 재산권을 잃게 된 원주민에게도 이에 합당한 금액을 보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게 하고 이와는 별도로 경제협력 등의 명목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 중에 있다. 평화조약과 청구권포기 협정 내용이 확정되면 일본 정부는 보상 등에 필요한 국내법 정비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이달 중순부터 외무장관 회담을 시작으로 본격화되는 양국 협상을 조속히 타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북방영토 4개 섬이 러시아에 불법 점거됐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는 제2차세계대전 결과 합법적으로 편입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생각을 바꿔 러시아에게 불법 점거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 양국간 청구권 동시 포기라는 현실적인 방안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원주민의 고령화로 협상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시코탄(色丹), 하보마이(?舞), 에토로후(?捉), 구나시리(?後) 등 북방영토 4개섬에 대한 영유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패전하면서 당시 소련이 이 섬들을 자국 영토로 선언, 지금까지 실효지배해왔다.
일본과 러시아는 1956년 ‘일소공동선언’을 계기로 관계가 정상화됐으며 이 선언에는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 북방영토 4개 섬중 시코탄, 하보마이를 일본에 인도한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의 일소공동선언이 일러간 영토문제 해결의 기본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이와는 달리 일본은 이들 4개 섬의 일괄 반환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작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일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그동안의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일소공동선언에 명기된 두 섬의 반환을 먼저 추진한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며 양국간 평화조약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참석에 앞서 오는 21일 러시아를 방문하기로 최종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