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 팩트체크 해보니…멕시코 장벽지원금 등 ‘거짓’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9일 1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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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주요 언론에 대대적으로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을 통해 국경장벽 건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실시간 팩트체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마약유입 주장과 멕시코 장벽지원금 등 언급이 거짓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멕시코 무역협정으로 장벽건설 자금 확보? ‘거짓’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멕시코와 체결한 새로운 무역협정에 의해 장벽(건설비용)이 간접적으로 보상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주장이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미·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구 NAFTA)은 아직 미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울러 협정이 통과되더라도 협정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미국 회사들의 관세 혜택 또는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 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멕시코가 장벽 건설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경 통해 마약 밀반입? 적법 통관항 통한 반입이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은 또 “헤로인 때문에만 매주 300명의 시민이 사망하며, 이들 헤로인의 90%는 남쪽 국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미 질병관리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1만5000명 이상이 헤로인과 관련된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으며, 일주일 단위로 환산하면 매주 280명 이상이 사망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일견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내에서 유통된 헤로인의 90%가 멕시코에서 반입된 건 맞지만, 대부분은 적법한 통관항을 거쳐 왔다고 지적했다. 국경장벽 건설과 헤로인 반입은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범죄전력 이주민 26만명 체포? 비폭력범죄도 포함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2년 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26만6000명의 전과 보유 이주민들을 체포했다”며 “이들 중 10만명은 폭행 혐의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고 3만명은 성범죄자, 4000명은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했다.

WP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ICE는 15만8581명을 체포했다. 연말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 10만5140명은 형사 유죄 선고를 받은 이들이고, 3만2977명은 기소 상태다. 2017년에는 14만3470명이 체포됐으며, 이들 중 74%가 범죄전력이 있고 15.5%는 역시 기소 상태다.

2년동안의 전과자 수치를 합산하면 약 20만명이다. 그러나 WP에 따르면 이들 모두가 폭력이나 살인 등의 전과를 보유한 것은 아니다. 이 수치는 불법입국, 재입국 등 비폭력범죄를 비롯한 모든 유형의 범죄를 종합한 것으로, 이를 이주민들의 폭력성 근거로 제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불법이주로 모든 미국인 피해? 이주민 범죄율 美국민보다 낮아

트럼프 대통령은 또 “통제되지 않는 불법 이주로 인해 모든 미국인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CNN은 그러나 범죄 측면의 피해에 대해서는 해당 주장을 일축했다.

CNN은텍사스 공공안전부의 2018년 범죄 유죄판결 조사 결과를 인용, “합법적 이주민이든 불법적 이주민이든 미 본토 태생보다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적 불이익에 대해서는 “불법 이주민들에 대한 비용이 얼마 정도인지를 정확하게 알기는 매우 어렵다”면서도 “한 2017년도 분석에선 불법 이주민들이 세수에 상당 부분 기여한다는 사례를 들었다”고 했다.

◇입국 시도 불법이주민 하루에 수천명? 1000명 전후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세관국경보호국(CBP) 대원들이 입국을 시도하는 수천명의 불법 이주민들과 맞닥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NN에 따르면 이는 다소 과장된 수치다.

CBP 데이터에 따르면 2018회계년도 동안 39만6579명이 미 국경수비대에 체포됐다. 이는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1087명 규모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하루 수천명’과는 차이가 있다.

CNN은 “체포자 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지난 9월”이라며 “당시 하루 평균 체포자 수는 1400명 정도였다”고 했다.

◇민주당 요청으로 콘크리트장벽→강철로 변경? ‘거짓’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물리적 수단은) 민주당 요청에 따라 콘크리트 장벽(concrete wall)이 아니라 강철 경계(steel barrier)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지난 6일 국경장벽에 대해 “콘크리트 대신 강철로 만들 수도 있다”고 발언했는데, 이를 민주당이 제안했다는 것이다.

CNN은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캠페인에 대해 오랫동안 열심히 반대해 왔지만, 대안으로 강철 경계를 제안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CNN은 “민주당은 강철이든 콘크리트든 남쪽 국경에 대한 어떤 경계 건설에도 반대해 왔다”며 “민주당은 폭넓은 이민 협정을 위해 국경 경계에 대한 자금 지원 문호를 열어놨을 뿐”이라고 두둔했다.

◇“민주당, 과거 국경장벽 지지”…“장벽 아닌 울타리”

트럼프 대통령은 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과거 많은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여러 차례 장벽을 지지했다”며 “하지만 내가 당선된 후 마음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CNN에 따르면 이 발언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CNN은 그러나 “맥락이 핵심”이라며 “주목할 만한 것은 슈머와 다른 민주당원들이 지난 2006년 국경을 따라 수백마일의 울타리 설치(fencing)를 허가하는 보안펜스법(Secure Fence Act)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장벽(wall)이 아니다”라고 했다.

CNN은 이어 “슈머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정부가 셧다운 상태로 남아 있는 한 국경 장벽을 위한 어떤 자금 지원도 거부해왔다”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 지도자들은 셧다운 대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장벽’을 위한 50억달러(약 5조6100억원) 지원이 아니라 국경을 위한 13억달러(약 1조4500억원) 지원을 제안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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