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회담 발표문 비교하면…金 ‘구애’에 習 ‘염화시중 미소’ 화답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0일 1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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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중국을 방문한 것은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를 암시하려는 행보로 판단된다. 10일 북한과 중국이 공식 발표한 정상회담 관련 발표문들이 중요 내용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공통으로 강조하는 대목들도 여러가지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렇다.

우선 북한 발표문에만 있고 중국측 발표문에는 없는 내용들이 몇가지 있다.

첫째, 북한 발표문에는 김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선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협상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하였으며…”라는 표현이 있다. 이에 비해 중국측 발표문(신화통신에서 공개한 영문)에는 이에 해당하는 대목이 빠져 있다.

다만 중국측 발표문에는 9일 오전 베이징반점에서 오찬에 앞서 가진 회담에서 시주석이 “지역 평화, 안정 및 발전과 번영을 위해 공동으로 새롭게 노력하자고 말했다”는 내용으로 매우 우회적으로만 표현돼 있다. “새롭게”라는 표현이 북한 입장에 화답한 내용의 전부다. 물론 “새롭게”라는 표현의 세부 내용은 별도로 설명했을 것이다. 전날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 발언들에 대해 충분히 답하지 않았음을 느끼고 부연해 답했음을 보여준다.

둘째, 북한 발표문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조미관계 개선과 비핵화협상과정에 조성된 난관과 우려, 해결 전망에 대해야 말씀하시였다”는 대목이 있으나 중국측 발표문에는 역시 이런 내용이 없다.

셋째, 시진핑주석이 “조선측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조선측의 합리적인 관심사항이 마땅히 해결되여야 한다는데 대하여 전적으로 동감”이라는 표현도 북한 발표문에만 있다.

넷째,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공식방문해달라고 초청했고 시주석이 수락하고 그에 대한 계획을 통보했다는 내용이 중국 발표문에는 없다.

반면 양측 발표문이 강조하는 대목들에는 많은 공통점들이 있다.

우선, 양측이 연초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진행한 김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시주석의 김위원장 환영을 서로 치하했다. 양국 모두 쉽지 않은 외교행사를 다소 무리해 가면서 진행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양국이 새해 들어 특히 긴밀하게 협력할 것임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겠다는 김위원장의 발언과 이를 지지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양측 발표문에 한껏 강조돼 있다.

셋째, 양측은 양국관계가 지난해 크게 진전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도 양국 관계가 전략적이고 긴밀하게 발전할 것임을 강조했다.

넷째, 두 지도자는 상대방의 경제 및 정치 발전을 이끄는 리더십을 극찬했다.

그밖에 양측은 김위원장과 시주석이 가진 환영만찬과 송별오찬을 모두 소개함으로써 두 지도자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과시했다.

이같은 공통점과 차이점들은 양측이 중시하는 대목이 어떤 것들인지를 잘 반영한다. 북한 발표문에만 있고 중국 측에는 없는 내용들은 북한의 관심사를 잘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북한은 앞으로 북미 비핵화협상과정에서 중국의 입장을 크게 중시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선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협상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나가는 문제…”라는 대목이 이를 잘 보여준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이 참여해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협상과정에서 조성된 난관과 우려, 해결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는 대목, 시주석이 북한 입장을 지지했다는 내용, 시주석을 초청했고 시주석이 방문 계획을 밝혔다는 내용 모두 북한이 앞으로 북미협상에서 중국의 입장을 중시할 것이며 중국도 이를 적극 지지한다고 표명했다는 내용이다. 미국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이다.

반면 중국측은 이에 대해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실제 회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설명을 시주석이 잘 알겠다는 듯 염화시중(拈華示衆) 미소를 지으며 경청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중국이 북미 핵협상을 훼방하는지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다음날 오찬에 앞선 회담에서 김정은위원장의 적극적 구애(求愛)에 화답하지 않았음을 의식한 듯 부연해 밝힌 입장도 여전히 우회적 내용이다.

한편 양국이 공통으로 강조한 내용들은 정상회담에서 흔히 강조되는 대목들로 양국관계의 현황과 미래를 평가, 전망하고 발전 의지를 표명하는 내용들이다. 양국의 발표문은 이 대목을 이례적으로 길게 묘사하고 있다.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특히 연초 벽두에 방문이 이뤄졌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두 나라의 관계가 전략적으로 매우 긴밀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편을 이용한 것 역시 계산된 행보다. 김일성, 김정일의 방문을 연상시키면서 중국의 환대를 최대한 끌어내려는 것이 첫번째다. 항공편에 비해 열차편 방문은 의전 및 경호상 월등히 번거로운 과정이 불가피하고 그만큼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양국이 국경이 맞닿은 친밀한 사이임을 강조하는 효과가 크다. 다만 중국은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에 비해 의전과 경호 수요를 크게 줄이는 실리적 태도를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북한쪽에서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형식은 시주석의 초청에 응한 것으로 돼 있으나 북한이 초청을 요청해 중국이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앞으로 중국 변수가 커질 것임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김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의 일단을 내비친 셈이다.

물론 북한과 중국의 계산이 완전히 일치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시주석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나섰다는 점은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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