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새 세계은행 총재 임명하면 기후변화 프로그램 위기”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0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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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WB) 총재가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미국이 국제금융기구의 리더를 사실상 임명하는 관행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CN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의견을 공유하는 인물을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할 경우 이 기구의 기후변화 프로그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임기를 3년 넘게 남기고 지난 7일 돌연 사의를 표시했다. 세계은행 관계자들은 김 총재의 사퇴가 “개인적 결정”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총재가 트럼프 행정부와 정책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이 달라 사퇴를 결심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총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지명됐고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다.

CNBC는 석탄 문제가 양측이 갈라서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석탄 산업 부활을 정책 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세계은행은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석탄 발전 투자 지원을 줄였다.

또 지난해 12월 세계은행은 향후 5년간 2000억 달러(약 225조원)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성향과 잘 맞지 않았다.

세계은행이 1945년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예외 없이 미 재무부가 지명한 미국인이 총재직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명한 인물이 새 총재직을 맡을 경우 빈곤 퇴치, 개발도상국 발전 등의 사명을 갖고 있는 세계은행의 명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피터 맥콜리 전 아시아개발은행 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총재가 세계은행 업무에 강력한 보수적 의제를 도입하려 한다면 그 기관은 곧 신뢰를 잃게될것”이라고 우려했다. 호주의 금융기관 감시 단체 ‘마켓 포스’의 줄리안 빈센트 대표는 “기후 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지지하는 인물을 총재로 임명할 경우 세계은행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인 총재 지명 관행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에서 차기 수장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CNBC는 스리 물리아니 인도네시아 재무장관과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전(前)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콜롬비아 출신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 등이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소벨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회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인이, 세계은행은 미국인이 계속 이끌어 왔다”며 “이제는 바뀔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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