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외국인 투자도 위축… 임대료, 2014년 대비 40%이상 내려
정부 잇단 부양책에도 상황 더 악화
이집트 국적의 무함마드 모르디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연간 임차료로 7만 디르함(약 2100만 원)을 내고 방 1개짜리 아파트를 빌렸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최근 연간 5만3000디르함(약 1610만 원)을 내고 방 2개짜리 아파트로 이사했다. 모르디는 “집값이 낮아진 덕분에 임차료도 덩달아 낮아졌고 더 넓고 시설이 좋은 곳으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전 세계 부자들의 투자 1순위로 꼽혔던 두바이의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부동산 거래세 인하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하며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10일 현지 매체 걸프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두바이의 아파트 임대료는 최고점을 찍었던 2014년과 비교할 때 40% 이상 내렸다. 가장 하락폭이 큰 방 1개짜리 아파트의 임대료는 같은 기간 약 45% 이상 하락했다.
현지 부동산업체 아스테코에 따르면 인기 주거지역으로 꼽혔던 해안 상업지역 비즈니스베이와 초고층 건물 밀집 지역 두바이마리나 등의 임대료도 내림세. 상황이 악화되자 임대업자들은 무상 임대 기간을 늘리거나 대규모 할인에 나섰다. 일부 임대업자들은 입주자를 붙잡으려고 이미 받았던 임대료 일부를 다시 돌려준다. 높은 임대료 탓에 도심 외곽에서 살던 사람들이 직장 근처로 집을 옮기는 ‘이사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6월 기준 두바이 사무실과 상가의 공실률은 각각 10%, 14%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포인트, 4%포인트 증가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9월 부동산 침체로 두바이의 채무 상환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국영기업인 두바이수전력청, 두바이국제금융센터투자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내리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따른 공급 증가와 외국인 투자 위축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꼽힌다. 2014년 이후부터 이어지는 저유가와 중동 부유층의 투자 심리 위축 등도 부동산 경기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두바이 정부는 2020년 두바이엑스포를 위해 교통 인프라 및 부동산 개발에 70억 달러(약 7조8300억 원)를 투자하며 주거시설을 늘리고 있다. 걸프뉴스는 현지 주택임대업자들의 말을 인용해 “연말까지 1만5000∼2만 채의 아파트가 지어져 곧 분양할 예정”이라며 “미분양 가능성이 크다. 임대료 하락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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