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배후로 추정되는 무장 세력이 지난해 미국의 이라크 주재 재외공관 주변을 박격포로 공격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 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9월 6일 이란과 연계된 이슬람 시아파 무장 단체가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일대 그린존(green zone)에 박격포 여섯 발을 발사했다. 이틀 뒤에는 남동부 바스라의 미국 영사관 인근에 박격포 3발이 떨어졌다. 모두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당시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국가안보회의(NSC)를 여러 차례 소집했다. 특히 존 볼턴 NSC 보좌관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인 공격 가능성을 주장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WSJ는 전 현직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이 같은 (군사적 공격 옵션) 요청이 미 국방부와 국무부에 우려를 낳았다”고 전했다. 한 전직 고위 관리는 “(그 요청은) 분명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며 “이란 공격을 얼마나 무신경하게 생각하는지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이란에 대한 공격 옵션을 개발하라는 NSC의 요청을 수용했다. 그러나 당시 이 지시를 백악관이 직접 내렸는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지시를 알았는지, 이란 공격에 대한 공격 계획이 어느 정도로 실행됐는지 등은 명확하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지난해 9월 11일 백악관은 “이란이 우리 인력을 다치게 하거나 미국 정부 시설에 피해를 입히는 공격을 한다면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는 내용의 군사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는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미국은 이란에 군사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볼턴 보좌관의 이 같은 요청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대립적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고 WJS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리아 철군에 대한 이견으로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군사 공격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볼턴 보좌관은 매우 달랐다. 그는 과거 2015년 뉴욕타임스에 ‘이란 공격을 막으려면 이란에 폭탄을 투하하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정권 교체를 개인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개적으로 이란에 대한 강경한 어조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달 초 이란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이란 정권이 파괴적인 정책으로 국제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 이스라엘을 방문한 볼턴 보좌관 역시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옵션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있다”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근접했다고 생각할 때 공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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