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유럽연합(EU) 의회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독일 정당 최초로 ‘EU 탈퇴’를 언급했다. EU가 개혁에 실패할 경우 독일의 EU 탈퇴, 즉 덱시트(Dexit·Deutschland+exit)를 추진하겠다는 선거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독일 작센 주(州) 리자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AfD 대의원들은 ‘적절한 시일 내에 EU가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독일은 EU 관세 동맹을 떠난다’는 내용의 선언문 초안에 뜻을 모았다.
이들은 EU가 AfD가 생각하는 수준의 ‘깊은(deep)’ 개혁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독일이 EU를 떠나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EU 해체 및 느슨한 형태의 경제동맹체 설립 등의 내용을 초안에 담았다.
또 유럽의회의 의원들을 ‘751명의 특권층’이라고 부르며 “우리는 주권 국가로서 우리만의 법을 만들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AfD는 또 EU가 경제 분야에서 너무 많은 EU 회원국의 권한을 제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에서 사용하는 단일 통화인 ‘유로화’를 폐지함으로써 유럽의 고립정책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AfD는 당초 다음 유럽의회 임기가 끝나는 2024년까지로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려고 했으나 외르크 모이텐,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공동대표의 반대로 ‘적절한 시일 내’로 기한을 합의했다. 두 대표는 친EU 성향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U 동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함께 오랜 기간 독일의 국가 정체성을 구성해 온 핵심 요소다. 1952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세계의 외면을 받던 독일은 프랑스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설립한다.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초기 버전이 형성된 것이다. 독일의 군사·정치적 부흥을 막기 위한 프랑스의 의도가 깔려있었다고 하지만 덕분에 전범국이었던 독일은 다시 유럽중앙무대로 나올 수 있었다.
독일 역사정치학자인 클라우스-페터는 “AfD가 독일의 민족주의적 입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같은 이웃국가들이 흔히 보이는 패턴으로 국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권리의 정상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fD는 그들이 위치를 더욱 오른쪽으로 이동함으로써 당내에서, 그리고 유권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주장이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유럽의회의 조사결과 ‘영국과 같은 방식으로 EU를 떠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독일인 82%는 EU 잔류를 선택했다. 또 75%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AFP통신은 AfD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계 은퇴 선언 후 유권자들을 자극할 새로운 이슈가 필요한 상황에서 타계책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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