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 철강업계가 부활하고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부활 주장에도 미국 철강회사들은 침체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3월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값싼 수입품을 막아 미국을 보호하겠다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어 6월 유럽 중국 등에서 수입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부과 이후 미국 내 철강 가격이 25% 오르며 미 철강업계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세 효과로 치솟던 철강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미국산 열연코일 철강 가격은 관세 부과를 앞둔 2018년 상반기(1∼6월) 41% 올랐다가 하반기에 최고점에서 21% 떨어졌다. 미국 내 철강 가격이 급등하자 철강 제품을 사용하는 자동차 건설사 등 미국 내 제조회사들이 철강 대체품을 개발하거나 투자를 유보하면서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관세 폭탄’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미 철강업계의 일자리 증가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철강회사들은 지난해 약 50개의 제철소 건설과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약 30개 공장을 건설하거나 재가동했다. 미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미국철강협회(AISI)에 따르면 미 철강산업 직접고용은 지난해 11월 현재 14만6300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13만4600명보다 1만1700명이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4년 전보다 4% 적다. 새로 짓는 제철소에 자동화 장비가 보급되면서 고용이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세 폭탄의 빌미가 된 무역협상이 타결될 경우 관세가 없어지고 미 철강업계의 반사이익도 사라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관세 등으로 실적이 좋아졌지만 철강업계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회사인 US스틸과 AK스틸 주가는 지난해 각각 46%, 56% 하락했다.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무역전쟁 등 미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채드 바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 펠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철강업계는 지난 40년간 다양한 형태로 엄청난 규모의 보호를 받았지만 이 기간에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도록 투자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철강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경 장벽에 다시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민주당 의원들은 콘크리트 장벽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장벽 너머를 쉽게 바라볼 수 있도록 예술적으로 디자인한 철제 장벽을 세울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AISI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국경을 따라 철제 장벽이 건설될 경우 철강 300만 t이 소비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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