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사실상 베트남으로 좁혀지고 있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향한 가운데 이르면 18일(미국 시간) 정상회담 장소와 일정이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트남 현지 정부 고위 소식통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미 회담 개최지가) 베트남 수도 하노이로 거의 기정사실화돼 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노이의 최고급 호텔들은 이미 VIP룸을 비워 가며 채비에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도 16일(현지 시간) “동아시아·태평양 주재 미 대사들을 어제(15일) 만났는데 2차 정상회담은 하노이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주베트남 북한대사관도 하노이에 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평소에도 김명길 북한대사가 주변 공관장들과의 만남을 피해 왔는데 회담 개최가 결정되면 외부 노출을 더욱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노이에서 열린다면 회담장 및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는 하노이 JW매리엇 호텔이 유력해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등 국빈이 방문할 때마다 묵는 숙소인 데다 인공호수에 둘러싸여 있어 1차 회담 장소였던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처럼 경호에 용이하다.
베트남 중부 휴양지인 다낭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아시아 외교관들을 인용해 “(2차 회담 장소가) 3, 4월 다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이 손꼽히는 것은 북한 경제 발전의 롤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수교한 베트남은 김 위원장이 원하는 ‘정상 국가화’와 흡사한 모델이다. 베트남이 격렬한 내전 끝에 반미 국가의 길을 걸었다가 시장경제를 수용한 뒤 미국과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북한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 북-미 관계 개선안을 도출해 낸다면 상징성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 왔던 북한의 ‘더 밝은 미래’와 닿아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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