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7일 한미워킹그룹 화상회의에서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자 “다음에 하자”며 논의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부에서 ‘개성공단 재개 우회책 마련’ 등이 나온 것에 대해 경협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한편 다가오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1시간가량 열린 화상회의에서 정부는 먼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문제 논의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화상회의는 중간 (점검) 형태이기 때문에 지금 거론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 협상이 진행 중이고 시간 제약이 있어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미국이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자체를 거부했다기보다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하러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만큼 북한에 보여줄 패를 숨기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올해 들어 남북 간에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갑자기 이를 논의하자고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양국은 이날 회의에서 독감 치료 지원, 남북 유해 발굴 등에선 공감대를 이뤘다. 통일부는 다음 주초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20만 명분과 신속진단키트 5만 개를 북한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철도·도로 연결사업 관련 북측 구간 도로 공동조사와 남북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장비 투입 등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재 면제를 조만간 신청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