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도착하는 날 국방부 연설… 北과 ‘ICBM 폐기’ 논의 예고
軍안팎 “北, 일괄폐기 약속 않고 제재해제 위한 협상카드로 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위협의 시대에 외부의 적들과 경쟁자들, 불량국가들은 꾸준히 그들의 치명적인 미사일 무기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위협하는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방어 검토보고서(MDR)’를 발표하는 자리에서였다.
이날 행사는 공교롭게도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 협의차 워싱턴에 도착하기 불과 9시간 전에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불량국가’를 거론한 것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미사일 중 일부를 폐기한다는 내용을 북-미 공동성명에 최종 포함시키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새삼 강조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그중에서도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해 미국이 사전 정지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 중 하나로 ICBM 폐기에 북-미가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1일 “최종 협상 목표는 미국인의 안전”이라며 ICBM 폐기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처럼 미사일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것이 중대한 시점인 만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ICBM 폐기 문제 등이 합의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도 크게 올라갈 수 있다. 미사일 위협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북한 ICBM 폐기는 미국의 국가안보 증진에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대통령으로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최첨단인 기술을 갖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 어떤 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발사되더라도 이를 탐지하고 파괴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한국 군 안팎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에서 ICBM 폐기 문제를 논의해도 일괄 폐기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18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ICBM을 5종이나 보유 또는 개발한 상황이다. ICBM들을 한꺼번에 없애기보단 종류별로 나눠 특정 수량에 한해 폐기하는 ‘살라미’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대북 제재를 걷어내기 위해서다.
북한은 2017년 8월 사진으로 공개한 고체엔진 신형 ICBM ‘화성-13형’과 그 개량형을 최후 협상 카드로 막판까지 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화성-13형은 연료와 산화제를 미리 주입해 놓을 수 있고 대미 기습 타격에 한층 유리해 ‘ICBM 끝판왕’으로 꼽힌다. 3단 로켓 형태로 사거리도 최대 1만5000km여서 미 전역이 타격 가능권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화성-13형 등의 폐기를 놓고는 체제 안정을 명분으로 미국 ICBM의 동시 폐기를 주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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