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금까지 보도 안된 엄청난 진전”… 北, 승부수 던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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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협상]내달말 2차 정상회담 합의

작년보다 작아진 친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사진 오른쪽)이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각각 한 손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잡은 채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출처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작년보다 작아진 친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사진 오른쪽)이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각각 한 손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잡은 채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출처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말 2차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하면서 비핵화 성패를 가를 담판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미로 북-미는 2차 정상회담에서의 최소한의 성과, 즉 ‘스몰딜’에 대한 합의는 이미 매듭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일곱 번째 친서(親書)를 보낸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놓은 새로운 카드. 제재 완화를 포함한 ‘빅딜’을 요구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어떤 제안을 내놨고 트럼프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비핵화 프로세스에 속도가 붙을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지금까지 언론에 안 나온 사안 논의”

김영철은 지난해
 6월 1월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손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의 크기 또한 
지난해에 비해 많이 줄었다.
김영철은 지난해 6월 1월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손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의 크기 또한 지난해에 비해 많이 줄었다.
김영철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찾은 1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의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었다.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주 앉은 김영철을 향해 두 손을 펼치는 특유의 동작을 보이며 무언가 열심히 설명했다. 백악관이 19일 트위터로 공개한 면담 장면이다.

당초 30분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면담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의 면담을 늦추고 김영철 일행을 더 만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도버 공군기지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김영철 면담 결과에 대해 “비핵화와 관련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 우리는 다양하면서도 많은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엄청난 진전이지만 지금까지 보도되지 않았던 것들”이라고 했다. 북-미가 7개월간 지지부진했던 비핵화 협상을 정상 궤도로 복원시킬 접점을 찾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북-미 정상이 2차 정상회담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회담 의제에 대한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가 고위급 회담에 이어 스웨덴 실무회담 협상에 나선 가운데 북한이 비핵화 조치로 핵시설 신고 검증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미국이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화답하는 ‘빅딜’이 모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 압박을 고수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위협했던 김 위원장이 김영철을 통해 제재 완화를 받아내기 위한 승부수를 꺼내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제재 완화 등 더 큰 수준의 합의를 위해 갖고 있는 카드를 서로 맞춰보자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0일 김 위원장이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회담 시기, 장소는 스웨덴 협상 이후 발표될 듯

백악관이 거듭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하면서 북-미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김영철과 트럼프 대통령 면담 후 “미국은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핵화 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제재 완화라는 강력한 대북 레버리지를 트럼프가 벌써부터 놓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번 면담에서 북-미는 2차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 잠정적인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월 말경이 될 것으로 보이는 시기에 (김 위원장과)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장소도 골랐지만 장차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스웨덴에서 열리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의 실무협상 이후에나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되고 있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도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트럼프 엄청난 진전#북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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