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1일 출국에 앞서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열도) 문제와 관련, “러시아와의 협상은 전후 70년 이상 남겨진 과제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평화조약 협상을 진전시키겠다”라고 말했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출국에 앞서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며 22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일러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양국간 협상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러시아와 스위스를 방문한다. 스위스에서는 다보스포럼이 열린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평화조약 체결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지만 일본과 러시아의 협상이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과 러시아는 지난 14일 모스크바에서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평화조약 문제를 논의했다. 양국이 평화조약을 의제로 장관급 회담을 갖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외교장관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뒤 22일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돌파구를 연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일본과 러시아는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 영유권 분쟁지인 북방영토 4섬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쿠릴 4섬은 러시아 영토이며 이는 협상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일본이 이 지역을 북방영토라고 지칭하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지난 20일에는 일본으로의 영토 반환을 반대하는 집회가 모스크바에서 열리기도 했다.
북방 4섬은 러시아가 실효적 지배 중인 쿠릴열도의 최남단 4개 도서인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를 말한다.
1855년 체결한 ‘러일 화친조약’에서 북방 4섬은 일본의 영토가 됐으나 1875년 일본은 사할린을 러시아에 양보하는 대신 북방 4섬을 포함한 쿠릴열도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확보했다. 이어 일본은 러일전쟁 승리로 1905년 북위 50도 이남 사할린 지역의 영유권도 획득했다.
그러나 2차 대전에 패한 일본은 사할린 남부 및 쿠릴열도를 소련에 양도해야 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은 쿠릴열도에 남부 4개 섬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영토분쟁이 일어났다. 1956년 ‘일소 공동선언’은 양국이 향후 평화조약을 체결할 때 하보마이와 시코탄 2개 섬을 일본에 양도키로 규정했으나, 미일 안보조약이 체결된 이후 소련은 2개 섬 반환 입장을 철회해버렸다. 이후 양국은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북방 4섬 문제를 협의해 왔으나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작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일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의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일소공동선언에 명기된 두 섬의 반환을 먼저 추진한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면서 양국간 평화조약 협상은 본격화됐다.
21일 밤 늦게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아베 총리는 다음날인 22일 푸틴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바로 스위스로 출발한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 개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 통상 25번째 회담을 갖지만, 일러 양국간 평화조약 체결 협상이 개시된 이후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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